[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 관련 답변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13억원(100만달러) 환치기 의혹에서 아파트 매입 당사자인 정연씨의 입장표명으로 검찰의 수사 방향도 곧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지난 12일 정연씨에게 서면조사를 요청해 최근 답변서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더불어 권양숙 여사에게도 서면조사를 진행해 25일 답변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정연씨 소환조사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검찰은 정연씨가 지난 3월 출산했고 정치적 후폭풍도 고려해 서면조사 형식을 택했다. 검찰은 서면를 통해 정연씨에게 돈상자를 보냈는지 여부와 100만달러 규모 환치기에 관여 했는지 등을 물었다.
중수부는 기존 수사방침과 마찬가지로 답변 내용과 분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다만 정연씨는 아파트구입 명목으로 100만달러를 보냈지만 환치기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출처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여사 역시 자신이 100만달러와는 관련 없다고 설명하고 돈의 출처에 대해서도 해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미국 아파트 원주인 경연희씨와 이달호씨 형제 등을 통해 소환 조사한 바 있다. 경씨는 올해 초 검찰의 소환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지난 5월 입국해 세 차례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씨의 조사 신분은 단순한 참고인이 아닌 피내사자였다. 그는 검찰 소환조사에서 정연씨측으로부터 100만달러를 전달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카지노 매니저인 이씨 형제도 "경씨가 정연씨에게 100만달러를 보내라고 통화하는 것을 들었고 우리가 환치기에 개입했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말하기도 했다.
중수부는 미국 아파트 구입과정 중 불법환전에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사자인 정연씨의 구체적 진술을 받거나 소환조사를 진행해야 의혹을 명확히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여당과 야당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정치적 반발을 무릅쓰고 정연씨에 대한 소환조사를 강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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