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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장을 가다] 중산층 무너지는 유럽, 위기체감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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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장을 가다] 중산층 무너지는 유럽, 위기체감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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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이 경제위기에 내몰렸다고 말들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나요." 유럽 부채위기의 핵심 국가인 그리스와 스페인, 그리고 최고 신용등급(AAA) 박탈 경고에 시달리고 있는 프랑스를 최근 돌면서 현지에서 만난 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그리스 아테네,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서 접한 현지 주민 대다수는 여유롭고 평화롭게 보여 경제위기와 거리가 먼 듯했다. 출장을 떠나기 전 상상한 것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던 것이다.


아테네에서 6년째 거주하며 민박을 운영하는 교민 유희승씨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다, 재정위기다, 말들이 많지만 새로 생긴 쇼핑몰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는 것을 보면 황당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라고 말들 하는데 현지에서는 느끼기 힘들다"며 "여기서 장사하는 한인들은 오히려 한국의 방송과 신문에서 내보내는 자극적인 보도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어 불만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명품 매장이 즐비한 아테네 중심가 콜로나키 지역 진입로인 부크레스티우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극한적인 경기침체에도 소비할 여력이 있는 고소득 계층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들에게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명품 거리에서 벗어나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아테네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인 신태그마 광장과 오모니아 광장을 잇는 스타디우·파네피스트미우 거리에서 구걸하는 이를 적잖이 찾아볼 수 있었다. 걸인들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으니 새삼스러울 게 하나 없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30대로 추정되는 말쑥한 옷차림의 젊은 여성이 구걸하는 모습은 가위 충격적이었다.


말쑥한 옷차림이라면 의식주 중 옷과 집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먹을거리다. 가장의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급여 삭감으로 당장 먹을거리가 없어지거나 부족해지자 중산층 주부가 거리로 나서 구걸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여인은 자신에게 향한 카메라를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서너 살 된 아이까지 안고 행인들에게 손 벌리고 있었다. 아테네뿐 아니라 마드리드의 지하철에서도 구걸하는 젊은 여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유럽 위기는 주민들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제약업체들은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부채위기가 불거지자 의약품 납품 시 현금 결제 방식으로 바꾸고 획기적인 신약에 대해 공급을 제한했다.


이런 규정에 따라 아테네에서는 올해 들어 120개 약국이 문을 닫았다. 단시간 안에 현금으로 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채위기 이후 돈을 아끼기 위해 병원 아닌 약국을 찾는 이가 늘고 있는 판에 의약품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결국 질병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인도주의 원조 기구인 메디생드몽드는 그리스인 대다수가 현재 약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30%일 것으로 추산했다. 위기 이전에는 겨우 3%였다. 메디생드몽드는 폐결핵·말라리아·간염·에이즈 같은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페인 의약품협회는 지난해 말 병원이 제약업체에 의약품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규모가 64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굴지의 제약업체인 스위스 소재 로체는 11개 스페인 병원으로부터 밀린 의약품 대금을 모두 받은 뒤 공급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프로방스데카스텔로 병원은 각종 암 치료약을 공급 받기 위해 밀린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중산층의 붕괴는 곧 나라 경제의 허리가 꺾임을 의미한다. 지난달 31일 그리스 통계청(ELSTAT)은 3월 소매판매가 매출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1%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소매판매 둔화율은 1월 8.8%에서 2월 11.0%로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경기가 얼어붙긴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스페인 국립 통계청(INE)은 4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9.8% 줄어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 INE는 2011년 21.8%였던 스페인의 저소득 위험군이 26.5%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소득수준이 국민 전체 평균 소득의 60% 이하에 속하면 빈곤 위험 계층으로 분류한다.


아테네의 스페인의 쇼핑거리, 프랑스의 쇼핑거리 등에서는 사람들이 붐볐다. 많은 사람들은 좀비처럼 그냥 매장을 지나갈 뿐이었다. 반값에 판다는 '50% Sale
' 팻말에도 사람들은 쉽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지난 10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여성의류 매장. 기자가 1시간 동안 매장에 머무는 사이 찾아오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들어온 손님도 빈 손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점원은 "손님이 줄었다"며 "어쩌다 오는 손님도 구경만 하다 가는 경우가 많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부자동네인 모랄레아 지역의 한 고급 레스토랑은 손님들로 붐볐다. 모랄레아 지역은 800만~1000만유로(약 117억~146억원)의 고급 주택을 소유한 부자들이 사는 동네다. 늦은 점심 시간인데도 레스토랑 종업원들은 북적대는 손님들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여기서 스페인이 곧 망할 것 같은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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