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직격탄' 샤넬백 60만원 저렴…그래도 지갑은 안열렸다
-대형마트 명품편집숍에 가보니
-불황에 아이쇼핑족만 늘어
-매출부진, 부정적 인식도 한 몫
-물건없어 발길 돌리는 고객도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16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마트의 명품 편집숍,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온 손님들이 30초에 한명 꼴로 쉴 새 없이 들이닥쳤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온 주부, 엄마를 모시고 온 딸, 친구들끼리 온 젊은 여성들은 너도 나도 명품가방을 들어보며 가격을 문의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춰 보기만 할 뿐 정작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명품에 대한 관심만 높을 뿐 급랭한 소비침체에 정작 지갑을 여는 경우는 드물었다.
백화점 명품 매장보다 최대 35%가량 저렴한 가격에 샤넬, 구찌, 페레가모 등 명품백과 구두를 판매하는 이 대형마트 명품 편집숍. 백화점 명품관처럼 줄을 세우지도 않고, 접근하기 어려운 명품관 특유의 분위기도 없었다. 점원들이 친절하게 응대하고 시즌 신상품도 20% 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었지만, 몇 시간 동안 70% 할인된 가격인 6만원에 샌들 하나가 겨우 팔렸을 뿐이다.
이 매장 직원은 “예전에 비해 마트 명품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진 편이라 매장에 오는 사람은 많아진 편이다.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 요즘엔 둘러만 볼 뿐 사가는 사람은 드물다”고 토로했다.
반면 뚜렷한 구매목적을 가지고 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멀버리 베이스워터 모델을 사려고 방문한 한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원하는 가방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한정된 제품구색이 소비자들이 욕구를 다양하게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도 매출 부진의 원인이다.
이날 마트를 방문한 30대 소비자는 “불황 탓에 그나마 저렴하다는 얘기를 듣고 마트 명품 숍에 왔지만 종류나 가짓수도 부족한 것 같고, 관리도 소홀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취급과정에서 흠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의 명품 편집숍. 코치는 반값, 샤넬백도 백화점보다 60만원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지만 눈씻고 찾아봐도 단 한 명의 손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명품숍 바로 옆의 유아동 코너에는 손님들이 북적거렸지만, 유독 명품숍은 한산했다. 이 대형마트 명품 편집숍은 올 1월에 비해 5월들어 매출이 3분의1 가량 급감했다.
손님이 없어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던 명품 편집숍 직원은 “평소에도 손님이 북적이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제품은 백화점보다 수선부분에서도 더 친절하고 정품임을 믿을 수 있지만 샤넬같은 고가백보다는 프라다 등 100~200만원대의 제품이 더 잘나가는 편이지만 요즘은 불황이라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할인점 명품관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 불황에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부진을 겪고 있다. 소비침체 여파로 더욱 저렴한 마트 명품숍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명품에 대한 신뢰 문제와 한정적인 제품에 의존해 있는 탓에 소비자들의 반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할인점에서 명품을 사는 층은 이제 막 명품 시장에 진입한 사람이 많다”며 “제품을 쓰다 보면 결국 백화점을 방문해 더 고가의 신제품을 구매하는 게 일반적인 소비 행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이제 막 명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백화점에서 구매해야만 진짜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도 할인점이나 온라인에서 매출이 높지 않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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