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 자동차 업계에 감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세르조 마르키온네의 피아트가 결국 올해 투자를 줄이기로 했다.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엥은 물류 부문 자회사인 게프코 지분을 더 많이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유럽 자동차 업계가 부채위기 탓에 올해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15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피아트는 올해 유럽에 대한 투자 규모를 5억유로 줄이기로 했다. 당초 75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던 피아트는 투자 규모를 70억유로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키온네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인터뷰를 갖고 “지난해 우리가 2012년 유럽 투자 규모에서 약 5억유로 정도 자본 지출을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키온네는 하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도 회장도 맡고 있는 마르키온네는 ACEA 회의 참석차 마드리드를 방문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유럽 자동차 시장의 과잉생산 문제를 지적하며 감산과 공장 폐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라도 유럽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회의에서도 그는 비슷한 의견을 내놓을 것을 예상되지만 다른 업체 CEO들이 그의 의견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그는 “나의 제안이 그저 나의 생각에 그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자동차 시장 회복과 관련해 변수가 여러 개 있다며 우선은 그리스가 최우선 변수라고 꼽았다.
푸조 시트로엥은 이미 밝혔던 게프코의 지분을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조는 앞서 지난 2월 과잉 생산과 늘어나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프코 등의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프코는 푸조의 완전 자회사다.
게프코는 현재까지 8개 업체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조는 매각 협상 대상자를 7월 말까지 3개로 줄이고 9월 초에는 매각 협상을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CM-CIC 증권의 플로렌트 쿠브레우르 애널리스트는 게프코의 대규모 지분 매각은 기본적으로 푸조의 영업이익이 20%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날 AECA가 발표한 유럽 자동차 판매는 8개월 연속 감소했다. 5월 유럽 자동차 등록 대수는 전년동월대비 8.4% 줄어든 115만대에 그쳐 낙폭이 더 커졌다. 5월까지 누적 등록대수는 7.3% 줄어든 564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월까지 누적 판매는 푸조가 15%, 경쟁업체인 르노가 19% 줄었다. 피아트도 17%나 판매가 감소했다.
모닝스타 에쿼티 리서치의 리처드 힐게트 애널리스트는 “한동안 유럽에서 판매가 지금처럼 낮은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며 “회복은 길고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키온네는 최근 또 다른 한 인터뷰에서 유럽 부채위기가 심각하다며 유럽 자동차 시장 연간 판매가 1000만대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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