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소비자의 선택은 기업의 판매량과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초기 산업화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도 그 수량이 부족했다. 반면 생산자의 경우 제품을 만들면 파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됐다. 생산과 공급,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공급자의 결정이 우선됐던 시기다.
하지만 20세기 대량생산 경제와 21세기 지식경제 사회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소비자의 욕구와 구매 패턴은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때로는 감성적인 수준으로까지 변화했다. 동일한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가격과 디자인이 매우 다양해졌다.
이러한 다양성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크게 높였다. 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처럼 높아진 소비자 선택권은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도움으로 더욱 확장되고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예를 들어 A라는 새로운 상품이 소비자에게 노출됐다고 하자. 과거에는 A 상품을 처음 접하면 무언가를 기대하고 구매 단계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품을 인지하고 기대하는 과정 이후에 가격, 품질정보, 사용후기 등에 대한 '검색' 단계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구매 결정에 이른다.
바야흐로 경제의 축은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소비자를 외면하고서는 기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와 평가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기술개발에 치중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불만 요소를 줄여나가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해야 할 때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특히 판로 지원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판매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소비자의 불만사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뢰받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소비자 대응력을 높여주고 소비자 경영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지원과정에서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참여자들과 함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이러한 판로지원 정책의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소비자단체와 협력을 통한 새로운 판로지원사업인 '스마트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평가하고 검증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저평가된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자발적인 소비자의 착한 선택을 유도할 계획이다.
최근의 경제 트렌드는 경제 주체 간의 위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이처럼 달라진 경제 환경에 맞게 중소기업 판로지원의 패러다임도 대전환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제품이 소비자에게 더 많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다.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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