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을 전력대란 없이 넘길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찍 찾아온 더위로 전기 사용이 늘어나 벌써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대응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요란하다. 정부는 전력 과소비에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의 강경 조치를 마련했다. 반바지에 슬리퍼 근무도 나왔다. 그런데도 현장의 모습은 딴판이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불감증이 여전하다.
'절전은 없었다.' 어제 아시아경제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정부가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 계도에 들어간 지난 11일 밤 기동취재팀이 서울 명동, 강남 등 번화가를 현장 취재한 결과다. 냉방 중에 문을 열어 놓은 가게, 냉방온도 20도 이하의 점포가 수두룩했다. 낮은 실내온도로 가게 점원들은 긴팔 옷을 입고 있었다. 늦은 밤까지 간판과 네온사인의 불빛이 휘황했다. 다음 달부터 냉방 중 문을 열고 영업하면 벌금을 물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곳도 거의 없었다.
전력 수급은 이미 비상 상황에 접근했다. 때이른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2주 가까이 예비전력이 500만㎾ 이하로 떨어져 비상 상황의 '준비' 상태에 들어섰다. 지난주에는 예비전력이 한때 331만㎾까지 내려가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예비전력이 비상수급 첫 단계(관심)인 4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정전 사태 이후 처음이다. 한여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전기가 부족하다고 발전소를 뚝딱 지을 수는 없다. 당장의 대책은 수요 줄이기이며 에너지 절약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정부가 대형 건물 실내온도 26도 이상 유지, 상점 문 닫고 냉방하기 등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내놓은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지 기사에서 보듯 현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영업점은 고객 핑계를 댄다. 대형 건물은 '다른 곳에서 절전하겠지' 하면서 배짱 냉방을 한다.
우리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에너지는 환경 오염, 원자력발전소 문제 등과도 직결돼 있다. 좁히면 절전은 더 큰 피해와 더 큰 불편을 막기 위한 지혜이자 이웃에 대한 배려다. 한여름 전기가 모두 끊어진 끔찍한 상황을 떠올려 본다면 누구도 절전의 필요성에 무심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의 대책과는 별도로 절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동참, 생활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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