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3일 총선 앞둔 숄츠 총리
"정치 혼란에도 반도체 투자 확보 관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를 구애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숄츠 총리는 제조 시설을 확보하고자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상대로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키로 약속해 왔다. 다음 달 23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혼란이 큰 상황에서도 공들여왔던 반도체 산업 투자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독일 정부 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재정상의 이유로 지난해 독일 대규모 신공장 건설 투자 계획을 보류하자 숄츠 총리가 독일을 반도체 제조의 중심지로 재편하겠다는 희망을 갖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 고위직 관료가 그 대안으로 삼성전자가 언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데 관심을 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 취임한 숄츠 총리는 한국, 대만,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하자 독일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유럽 차원의 보조금 지원 정책을 꾀하고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손잡고 방안을 마련했으며, 독일 정부의 자체 보조금 지원도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은 2023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제조 시설 투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8월 숄츠 총리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TSMC의 드레스덴 공장 착공식이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숄츠 총리의 꿈은 이뤄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인텔은 독일 투자 계획을 보류키로 했다. 재정 문제를 겪으면서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당초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300억유로(약 45조3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EU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100억유로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상태였다. 비슷한 시기, 미국 반도체 업체 울프스피드와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ZF프리드리히샤펜AG도 독일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다음 달 23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 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지원 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경제부가 반도체 산업을 위한 약 20억유로의 신규 보조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부는 웨이퍼 생산부터 반도체 조립까지 반도체 공급망 전 분야에서 10~15개 프로젝트를 지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러한 상황은 총선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총선은 다음 달 23일 치러지며, 숄츠 총리는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앞서 숄츠 총리는 녹색당 출신의 로베르트 하벡 부총리, 크리스티안 린드너 장관과 손잡고 반도체 업체 보조금 지원책 마련 등에 나섰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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