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관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최근 사고가 빈발하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소비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도 참여해 교통사고 블랙박스로 불리는 차량사고기록장치(EDR)를 처음 공개한다니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 조사는 1999년에 나섰다가 발을 뺀 지 13년 만이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198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현이 불가능한 사고라서 추정만 할 뿐 자동차 선진국이라는 미국ㆍ일본에서도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는 2009년 81건에서 지난해 241건으로 늘었다. 최근 6년간 1000여건에 이른다. 더구나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 동영상이 잇따라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운전자의 불안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의 전기전자 장치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교란 가능성에 주목한다. 수동변속기 차량에선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차량부품 3만여개 가운데 전자부품은 30% 안팎에 이른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운전자가 당황해 가속 페달을 밟기 때문이라고 맞서 왔다. 급기야 지난달 제주도에서 경찰 순찰차가 급발진 의심 사고를 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원인을 조사 중이다.
현대생활에서 자동차는 빼놓을 수 없는 문명의 이기다. 1가구 1자동차 시대에 들어선 지 오래다. 자동차가 갑자기 흉기로 돌변하는 상황을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세계적으로 원인을 밝혀낸 나라가 없다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앞서 밝혀낼 필요가 있다.
이번 민관 합동조사에서 원인을 찾아내고 급발진 방지 장치를 차량에 장착하면 한국산 자동차가 가장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모의시험 등 조사 과정을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는 것이 옳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운전자의 실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조사를 사고 예방과 차량 성능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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