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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살만한' 노량진 학생 vs '괴로운' 강남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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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르포]'살만한' 노량진 학생 vs '괴로운' 강남 학생 ▲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고시촌. 카페 식당 슈퍼 등 거의 모든 가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염가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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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10시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고시촌의 한 테이크아웃 찻집. 복분자차, 매실차, 식혜가 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찻집 주인은 "노량진 물가 자체가 저렴하기도 하지만 주변 업체들끼리 학생들을 잡기 위해 할인 경쟁을 하기 때문에 더욱 싸게 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터디원들에게 거하게(?) 쏘기 위해 왔다는 한 학생은 복분자차 5잔 값으로 4500원을 내놓으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커피 한 잔 가격"이라며 싱글벙글 웃어보였다.

# 9일 오전 11시 40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교대역 주변. 인근 재수학원에 다니는 재수생 2명이 점심 먹을 식당을 찾아 나섰다. 이들이 멈춰 선 곳은 한 일식 전문점. 가게 앞에 붙은 가격표를 보니 벤또(도시락) 6500원, 카레 8500원, 돈부리(덮밥) 7500원이다. 한 학생이 "비싼데 도시락이라도 먹을까?"라고 말하자 다른 학생이 말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이들은 바로 옆에 있는 김밥 전문점으로 향했다. 참치김밥(2500원) 2줄, 돈가스(5500원) 하나를 시켰다.


고물가 속에서 지갑 얇은 고시생들의 생활도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강남의 경우 고시생들에게는 한 끼 먹기도 부담스러운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반면 노량진은 고시생들에게 숨통이 트일만한 곳으로 비교된다.

먼저 물가가 가장 저렴하기로 소문난 노량진 고시촌. 이곳 커피숍에서는 아메리카노 1000원~1500원, 카페라떼 1800원~2000원, 카라멜마끼아또 2200원~2300원 수준이고 밥은 3000원~4000원 수준이다.


슈퍼에서 나온 공무원 고시생 최 모(27) 씨는 "이 지역 슈퍼들은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 생필품들을 염가에 판다"며 "과자, 음료수, 휴지, 비누 등은 대형마트보다 더 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보여주듯 슈퍼 안 곳곳에는 '파격 세일''최저가 한정 판매'등의 문구가 써 붙어 있었다. 슈퍼 점원은 "여기서는 어떤 슈퍼가 할인을 시작하면 다른 슈퍼들도 다 따라서 가격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르포]'살만한' 노량진 학생 vs '괴로운' 강남 학생 ▲ 노량진 고시촌의 한 슈퍼. 생필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다.


점심 값도 저렴하다. 근처 한 분식집에서는 돈가스, 비빔밥, 동태찌개가 나오는 '세트 A' 메뉴가 1만 1000원으로 1인당 4000원도 되지 않았다. 뒤편에 있는 중국집의 자장면 가격은 3000원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2년 5월 서울시 자장면 평균가격'인 4364원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이다. 노량진 고시촌에서는 냉면(3500원), 된장찌개(3500원), 돌솥비빔밥(4000원) 가격도 쌌다.


백반집 사장 남 모(56) 씨는 "주변 식당들이 다 싸기 때문에 거기에 가격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 식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서 힘들지만 싸게 팔아야 학생들이 사먹기 때문에 저가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예 가격을 내렸다고 홍보하는 가게들도 있다. 한 감자탕 집은 4000원 하던 칡냉면을 3000원에 판다고 현수막에 써 붙였고 한 호프집은 맥주 가격을 1000원 내렸다고 홍보했다. 고시생 강 모(26) 씨는 "고물가 시대지만 여기에 살면 솔직히 살만 하다"며 "다른 지역에 가면 생활비가 두 배는 더 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지역 고시생들의 처지는 180도 달랐다. 이 지역 식당들은 순두부찌개 6000원, 돌솥비빔밥 6000원에 팔고 있었다. 노량진 고시촌보다 2000원이나 비싼 가격이다.


일반 식당 대신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은 한 짬뽕 전문점. 한 그릇에 4000원 하는 이 집 짬뽕을 먹으려고 장사진이 늘어서 있었다.

[르포]'살만한' 노량진 학생 vs '괴로운' 강남 학생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교대역 주변. '6000원대 가격'이 표시된 국수 가게 배너를 한 학생이 지나치고 있다.


샌드위치 전문점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주문할 수 있는 3900원짜리 런치세트(샌드위치 한 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구성)도 불티나게 팔렸다. 재수생 서 모(21) 씨는 "주변 식당 가격이 부담돼 점심시간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강남은 고시원비도 다른 지역보다 다소 비싼 편인데 음식 가격도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재수생들은 서울교대 학생식당(2500원짜리 정식 판매)에 가서도 밥을 먹었다. 서울교대에 다니는 박 모(20) 씨는 "재수생들이 서울교대 학생식당에서 밥 먹는 것을 많이 봤다"며 "학교 주변 밥값이 비싸서 우리 학교 학생들도 밖에 나가서는 잘 안 먹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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