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고개를 든 가운데 미국·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까지 겹쳤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며 주말 뉴욕증시가 폭락, 코스피 전망 역시 어둡게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연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과 유로존의 고용지표 및 제조업지수 악화가 주요 원인이었다. 다우지수는 2.22%, S&P500은 2.47%, 나스닥은 2.82% 급락했다.
4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 역시 증시 출렁임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제의 중심인 그리스는 오는 17일 2차 총선 이후에나 해결점을 찾아갈 것이며 그때까지 투자심리를 고무시킬 만한 특별한 모멘텀이 눈에 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 등의 경제지표 둔화 역시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다만 패닉으로 인한 급락은 2~3개월 내에 대부분 복원돼 왔다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6.66%까지 폭등했다. 5월에만 1%포인트 가까이 폭등하면서 구제금융 마지노선인 7% 턱밑까지 다가갔다. 앞선 나라들의 전례를 볼 때 국채 금리가 7%를 넘어서면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열흘, 길게는 한 달 안에 국제금융을 신청한 선례들이 있다.
스페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에 육박하는 예산부족을 겪고 있으며 국제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3월에만 662억유로의 자본이 유출됐고 스페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대출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다. 만일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에서 4번째로 큰 경제국인 스페인이 유럽연합과 구제금융기금 등 국제기구에서 3000억유로를 빌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종 대부자로써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ECB는 정책위원회 내의 이견과 회원국 중앙은행들의 이해 관계상충 등으로 3차 LTRO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결국 이번주 스페인 국채금리의 7% 돌파 여부가 관건이며 스페인 정부의 구제금융 신청과 ECB의 역할론에 대한 시험이 진행될 전망이다.
그리스의 문제해결 여부는 오는 17일 이후에나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며 그때까지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지표도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중국의 경제 전망에도 브레이크가 걸리는 모습이다. 문제의 중심인 그리스가 해결점을 찾아야만 시장은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리스크가 커질수록 유로존 위기 진화를 위한 정책도 구체화 되겠지만 지금은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10일 예정돼 있는 프랑스 하원의회 선거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주 지수의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므로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정치적 불투명성과 크레딧 위험을 안고 있는 그리스 문제는 오는 17일 총선이 끝나야 어느 쪽이든 방향성을 나타낼 것이고, 하나 둘씩 발표되고 있는 유로존의 부양책과 방화벽은 28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종료 및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19~20일 열리고, 수급 측면에서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프로그램 매도와 이에 따른 물량부담은 14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까지 이어질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현재 금융시장의 모든 시계추는 6월 중순까지 멈춰진 느낌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투자자들이 챙겨야 할 것은 답도 안 나오는 시리자 지지율이 아니라 금융충격이 실물로 전이되고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유럽발 충격이 실물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여부다. 우리투자증권은 미국·중국(G2)을 포함한 주요국 경기가 이미 하강하기 시작했고 회복되는 조짐을 보였던 기업실적들도 하강 사이클에 진입했다면, 유로존이 안정을 되찾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부양책들이 나오더라도 하반기 금융시장의 흐름이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드라이빙 시즌으로 불리는 다음달 이후에는 성장과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믿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5월 중순 이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은 방향성이 없다기보다는 급락 이후 칼날이 무뎌지는 과정 즉, 바닥다지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악재에 대한 내성과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학습효과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로존 사태가 해결되기 시작할 6월 중순 이전에 일정부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주식비중을 채우는 전략을 권유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 2010년 이후 매년 5월에 시장이 패닉국면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주가가 급락했는데, 패닉을 야기한 악재가 지난 2년 간의 스토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유로존의 테일 리스크(tail risk)와 글로벌 경기후퇴 우려다. 유로존은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 이후 선거 노이즈가 발생했다. 긴축과 성장을 둘러싼 독·불간 이견과 그리스의 무정부 상태가 그것이다. 스페인 은행의 구조조정과 민간부실 처리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중국의 경착륙 리스크도 글로벌 주가 조정요인이다. 외적으로는 EU 수요 둔화 여파가, 내적으로는 주택시장 규제 여파가 성장 둔화로 연결되고 있다. 유로존 테일 리스크와 중국 경착륙 우려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국채금리 하락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2년간의 학습효과는 지금처럼 상황이 몰릴수록 주요국의 정책대응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유로존의 경우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SMP)이 우선적으로 나올 것이며 그리스 2차 총선 이후 성장 지원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중국은 정책 스탠스가 현상 유지에서 성장 지지로 이미 변했다. 주택시장 규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양정책이 순차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미국도 6월 FOMC 미팅에서 QE3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리세션 환경에서 미국만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패닉국면에서 인덱스 저점을 예단하기에 무리가 있다. 확실한 점은 패닉에 따른 주가 급락은 2~3개월 이내에 대부분 복원된다는 것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 밸류에이션에 근거할 때 지난해 저점에 해당하는 인덱스는 1700선 초반이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경기후퇴가 현실화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주가는 이 수준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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