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유럽 국채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염되면서 주요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중앙은행(ECB)이 조만간에 금리를 인하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은 금리인하나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하고 2대 경제대국 중국도 부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제조업 지표는 위축되고, 중국은 둔화되면서 미국이 성장을 견인해야 하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유로존 17개국 제조업 활동을 나타내는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월중 45.1로 조사됐다. 이는 3년 사이 가장 낮은 것이며 10개월째 하락한 것이다. 이 지수가 50 이하면 경기둔화를 뜻한다.
유럽 경제의 버팀목이지만 유로존 역내 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다고 높은 독일 역시 제조업지표도 빛이 바랬다. PMI는 4월 46.2에서 45.2로 2009년 6월이후 최악의 수준을 보였다.
프랑스 역시 PMI가 46.9에서 44.7로,국채위기가 전염된 스페인은 43.5에서 42로 급락했다.
국채위기로 유로존 국가들이 긴축정책을 펴면서 정부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민간 기업들의 제조업활동이 부진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7개국 PMI를 발표하는 마킷이코노믹스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경보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면서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지난달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난 점이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PMI하락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실업률. 4월 유로존 실업률은 4월중 11%로 3월과 같았으며 1995년 이후 최고수준에 도달했다. 스페인은 24.3%로 최악을 기록했다.
유로존 국채위기는 유로존 수출에 의존하는 비유로존의 영국과 중국 등에도 금융과 교역을 통해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영국은 이미 2분기 연속 성장률이 하락해 ‘침체’(recession) 상태인데 PMI가 5월에 처45.9로 주저앉았다. 전달 50.2에서 무려 5포인트 가깝게 하락한 것으로 2009년 5월 이후 3년 사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을 주요 수출국으로 하는 중국도 유럽 국채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의 PMI는 전달 53.3에서 50.4로 내려갔는데 이는 지난 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로브 카넬 ING은행 국제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인터뷰에서“세계는 침체를 피할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큰 부분은 침체속에 빠질 것”이라고 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미국도 사정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유럽 국채위기로 안전자산 선호경향에 따라 금융부문에서는 미국 국채와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있지만 실물부문의 사정은 저조하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협회가 발표한 PMI나 고용지표는 다른 국가와 마찬 가지로 악화일로다.
5월 PMI지수는 53.5로 기준치는 넘었지만 전문가 예상치 53.8을 밑돌았다. 고용지표는 극도로 나빠졌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6만9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치(15만개)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또 지난 4월 비농업부문 일자리도 기존 11만5000개에서 7만7000개로 수정됐다. 특히 민간부문 일자리도 기존 예상치 대비 절반 수준인 8만2000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달 미국 내 실업률은 8.2%를 기록, 예상치 대비 0.1% 높게 나왔다. 엘렌 젠트너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강한 고용 성장세가 (이번 지표 발표로) 분명 위축 국면에 돌입했다는걸 알수 있다”면서 “(경기에 대한) 고조되는 불확실한 전망 탓에 고용 계획들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경기침체를 경고한 빨간 불이 켜진 만큼 대서양 양안은 물론 아시아지역에서도 부양책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에서는 국채위기 진화가 급선무인 만큼 독일의 반대를 물리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자금이탈과 채권부실로 궁지에 몰린 은행을 직접 지원해 금융시장 안정에 나서는 한편,현재 1%인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ECB나 중국인민은행,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주에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Holger Schmieding)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ECB는 오는 17일 그리스 총선결과를 기다릴수도 있겠지만 이르면 다음주에 1%인 기준금리를 인하해야만 할 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도 경기부양에 나서겠지만 그 규모는 지난 2008년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규모는 최대 2조 위안(미화 3140억 달러)으로 2008년 경기부양책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크레디 스위스 그룹은 이번주 낸 보고서에서 전망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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