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야구는 개인 경기가 아니다. 선수 전체가 톱니바퀴와 같이 움직여야 승리를 얻는다. 이 점에서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는 무척 우울하다. 2001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11년 동안 활약한 롯데에서 한 번도 우승트로피를 만져보지 못했다. 사정은 일본리그 진출 이후도 다르지 않다. 타격감을 회복하며 제 몫을 해내지만 팀은 여전히 리그 하위권을 맴돈다.
이대호는 30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돔에서 펼쳐진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교류 원정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안타는 팀에 선취점을 안긴 적시타였다. 1회 2사 3루 맞은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나카타 겐이치의 시속 133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바비 스케일스가 홈을 밟아 오릭스는 1-0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5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며 시즌 28타점째를 올린 이대호는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4회 나카타의 초구(시속 132km 슬라이더)를 공략했지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7회 시속 107km의 커브를 건드려 3루수 앞 땅볼 아웃을 당했다. 오릭스는 6회 와다 가즈히로에게 적시 중전 2루타를 허용, 1-1 동점을 허용했다. 양 팀 모두 승리를 위해 한 점이 절실했던 상황.
이대호는 왼 종아리 붓기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9회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아롬 발디리스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1사 1루에서 나카타를 상대로 10구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앞서 노나카 싱고의 도루 실패로 끊긴 공격의 흐름을 파울만 6번 쳐내며 가까스로 되살려놓았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2루 주자 발디리스를 발 빠른 외야수 야마사키 고지로 교체하는 등 한 점을 얻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후속 타선은 차려놓은 밥상을 한 숟가락도 떠먹지 못했다. 고토 미쓰타카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대타 히다카 다케시 역시 상대 패스트볼로 운 좋게 주자 2, 3루가 된 찬스를 삼진으로 무산시켰다. 왼 종아리 통증이 가시지 않은 이대호는 병살타가 될 수 있는 우려에도 끝까지 교체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포일 때 2루로 재빨리 달려가는 등 시종일관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연장 10회 터진 상대 내야수 모리노 마사히코의 우월홈런으로 빛을 잃고 말았다. 오릭스는 연장 10회 1사 만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노나카와 야마사키가 모두 2루수 앞 땅볼을 때리는데 그치며 시즌 첫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19승2무26패(5위)로 꼴찌(세이부, 17승1무25패)를 1.5경기차로 위협받게 된 오카다 감독은 “필요할 때 안타 한 개가 나오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라고 한탄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대호에게 낯선 풍경은 아니다. 오릭스는 이대호가 시즌 10호 홈런을 때려낸 28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전에서도 1-2로 졌다. 이대호 외에 한 명도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부진은 이대호가 그간 쏘아올린 홈런의 내용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랜드슬램이나 3점 홈런은 한 개도 없다. 10개 가운데 절반은 솔로 홈런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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