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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전봇대 뽑기'..서울시와 한전의 5년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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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서울시와 전선 아래 도로의 점용료를 두고 5년간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최종 승소했다. 한전은 대법원 판결 덕분에 서울시에 1000억원에 달하는 전선 점용료를 물지 않게 됐다.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부터 줄소송을 당할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서울시가 한전이 설치한 전주 외에 전선도 점용료를 내야 한다며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시와 한전의 전봇대 싸움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전은 서울시 소유 땅에 16만개의 전봇대를 세워 도로 점용료로 개당 925원씩 냈다. 연간 1억50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전선 아래 도로 점용료는 현행법상 규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비용은 내지 않았다. 서울시는 한전과 전선 지중화 사업에서 갈등을 빚다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과 서울시는 2005년부터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전봇대 위에 설치된 전선을 지하로 넣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한전이 경영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2008년 11월 사업을 중단했다. 서울시는 한전에서 전선 지중화 사업을 중단할 바에는 도로 위 전선이 차지하고 있는 점용료를 지급하라며 법적 대응했다.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문제 삼은 구역은 '강남구 역삼동 도곡동 길'과 '노원구 상계동 동부간선도로' 일부에 설치된 전선으로 소송 규모는 37억원이었다. 그러나 서울시 전역에 세워진 한전 소유 전봇대의 전선이 차지한 면적을 고려하면 점용료는 1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서울시가 승소할 경우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한전에 전선 점용료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전으로서는 수천억원짜리 소송이었던 셈이다. 한전은 현행법상 '점용료 산정기준표'에 전선이 규정되지 않았고 전기료 인상과 관련된 문제라며 반박했다.


2008년 소송을 제기한 후 이번 달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까지 5년간 법정공방이 진행됐다. 법원은 1ㆍ2심과 상고심에서 전선에 대해서 점용료를 부과하기 어렵다며 모두 같은 시각을 유지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전주는 전선과 전선을 연결하는 시설물로서 전주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서울시도 전주에 대한 점용을 허가할 때 전주에 전선이 설치된다는 것은 당연히 전제했을 것"이라며 "전주 사이에 설치된 전선의 도로점용이 불법점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선에 대해서 별도로 점용료 산정기준을 두지 않은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점용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입법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며 상고를 기각하고 서울시의 패소를 확정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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