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사회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성장시대에 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내 집 마련 등 부동산에 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은퇴는 주택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은퇴로 주택시장에는 양적ㆍ질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편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주택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이 은퇴한다고 해서 바로 집을 팔고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올바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베이비붐 세대가 더 이상 주택수요의 양적 확대를 이끌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부동산에 대한 인식변화와 맞물려 시장의 양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우리 사회의 연금시스템이 미흡한 데다 대부분 내 집 이외의 뚜렷한 자산이 없어 노후생활을 위한 안정적인 소득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수요행태는 어떤 형태로든 변할 것이며 이런 변화는 서너 가지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갖고 있던 주택을 팔고 더 작은 집으로 이사가거나 수익형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 주택연금에 가입해 매월 연금을 받는 사람, 주택을 개량해서 임대 등으로 일정한 소득을 확보하는 사람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주택시장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은퇴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향후 20년가량 지속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 출생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하지만 실제 기록을 보면 연간 90만명에 이르는 높은 출생률이 1974년까지 계속되었다. 이처럼 베이비붐 이후 세대의 높은 인구비중은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은퇴 현상이 주택시장에 초래할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작에도 상당기간 주택수요의 주요계층인 40~50세 연령의 인구비중이 줄지 않는다는 사실은 주택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30대 젊은 계층의 인구비중 감소는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데 첫째, 은퇴현상이 장기간 이어진다는 점과 둘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작에도 주택수요는 급격한 감소 없이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은퇴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흔히 인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영향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얕은 반면 영향의 기간은 매우 길어질 것이다.
따라서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은퇴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주택시장의 급격한 침체나 가격폭락 같은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는 낮은 편이다. 또한 수요의 양적 위축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나면서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주택정책의 방향이나 주택산업의 경영전략 역시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손경환 국토연구원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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