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특허 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한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났다고 한다. 법원의 명령으로 마련된 협상 테이블이기는 하지만 두 회사의 CEO가 직접 만나는 만큼 분쟁이 종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는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두 회사 간 특허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는 지금 특허 전쟁이라고 할 만큼 곳곳에서 초대형 특허권ㆍ상표권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특허권만 사들여 소송을 통해 합의금을 챙김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특허 괴물(patent troll)' 기업까지 등장했다. 지식재산이 향후 기업과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고 세계 각국이 대대적으로 지식재산에 투자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특허 분쟁은 기술 발전 과정의 필요악이라고 불린다. 남용할 경우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블랙베리로 잘 알려진 림(RIM)은 특허 괴물 NTP와의 소송에 휘말리며 6억달러에 달하는 합의금을 줘야 했다. 세계적인 기업도 특허 한 방에 크게 당할 수 있다는 단적인 예다. 기술 후진국의 제조업체들은 땀 흘려 번 돈을 모두 기술특허료로 뺏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삼성과 애플과 같은 공룡 기업의 싸움에는 수십억달러의 소송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비용은 제품값에 얹어져 결국 소비자도 피해를 입는다.
특허권은 더 나은 기술 발명의 대가로 당연히 보호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기술의 진보를 가로막고 소비자 피해를 낳는 독소로 작용한다. 기업들은 산업 발전과 소비자를 위해 표준기술화된 표준특허는 일정한 사용료를 내는 누구에게나 '공정하면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제공하도록 한 표준특허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의 얘기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한국을 찾은 그는 어제 한 포럼에서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을 겨냥해 "특허가 남용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또 "많은 기업이 특허 제도에 갇혀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데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면서 삼성과 애플은 돈이 많아 앞으로 특허소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이에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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