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위기관리 대책회의를 열고 석유 소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일종의 종합 처방이다.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대중교통 이용에 대해 연간 100만원의 소득공제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말로 예정된 하이브리드차와 경차에 대한 세제 감면 시한은 3년 정도 연장된다. 노후 화물차를 연료 효율이 높은 새 차로 바꾸는 영세상인ㆍ지입차주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대기업의 에너지 절약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는 '대ㆍ중소기업 에너지 동행 프로그램' 운영, 중ㆍ대형 상용차량에 대한 연비 규제 도입 등의 방안도 눈에 띈다.
이번 대책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사무실에서 넥타이 안 매기'와 같은 캠페인성 대책이나 '문 열어 놓고 에어컨 트는 상점 적발해 과태료 부과하기'와 같은 단속형 대책보다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적절한 인센티브나 디스인센티브 효과를 겨냥한 금융ㆍ세제상 장치와 장기 지속적 규제 도입이 정책의 핵심이 되는 게 옳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에 옮겨 석유 소비 절감이 구조적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다만 이번 대책 중 실효성이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고, 보완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말잔치에 그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소득공제는 연말정산 때 최대로 챙겨도 중산층 4인 가족이 연간 15만원 이하의 세금을 감면 받는 정도다. 공제율을 더 높이든가 해서 실제 수혜 규모를 확대할 여지는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해서는 세제 감면 시한 연장에 그칠 게 아니라 금융ㆍ세제상 지원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송ㆍ가정ㆍ상업 외에 산업 분야의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 개선도 시급한 과제인데 이 방면의 대책은 소홀한 감이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오는 2015년까지 연간 원유 수입량의 2.8%에 해당하는 2600만배럴만큼 석유 소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대책의 실효성에 비추어 볼 때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게다가 그 뒤에도 석유 소비는 더욱 절감돼야 한다고 보면 이번 대책만으로는 미흡하다. 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 및 이용을 획기적으로 촉진해 석유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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