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이틀 연속 반등에 성공했다. 독일·프랑스·그리스 등 유로존 위기의 중심에 있는 국가들이 미묘한 기조 변화 움직임을 보이며 투자심리를 안정시킨 것이 반등의 주요 배경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완화되며 코스피는 1828선까지 회복했다.
23일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2차 총선 등 주요 이벤트들이 몰려있는 다음 달 중순까지는 코스피는 출렁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있을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으나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견인할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해결안 도출 과정이라는 유연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시장은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혼조 마감했다. 미국의 기존주택매매가 전망치 웃돌며 호조 출발했으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하루 만에 재부각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다우지수는 0.01%, 나스닥은 0.29% 내렸고 S&P500은 0.05% 올랐다.
◆박승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코스피는 일부 낙폭을 회복한 뒤 1800선 부근을 저점으로 제한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각 주체들이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들려 올 잡음과 긍정적인 기대감들이 금융시장의 출렁거림을 야기시킬 것이다. 주요 이벤트들이 몰려 있는 다음달 중순 이후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한다. 단기적으로는 트레이딩 관점에서의 시장 대응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실적에 대한 신뢰가 높은 IT·자동차 업종 중심의 분할매수 대응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23일 EU 정상회담에서는 당초 주 의제였던 성장협약과 그리스 관련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유로본드 외에도 유럽투자은행(EIB)의 역할 강화, 은행 지원안 등이 협의되겠지만, 아직까지는 각 주체간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해결안 도출 과정이라는 정도의 시각에서 결과 확인이 필요하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시장의 급락 우려가 완화되면서 투자 심리에 일정한 교두보가 마련되고 있다. 다음달 그리스 총선까지 정치적인 교착이 장기화될 수 있지만, 정책 해법들이 문제의 핵심을 겨냥하고 있음은 긍정적이다.
전일 외국인들은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할 경우 개별 주식들을 순매수했다. EU 정상들의 해법은 유연한 마음가짐을 토대로 지켜봐야 한다. 최근의 지수 속락 과정에는 경기 부진과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스페인으로의 전염 가능성 등이 혼재돼 있다. 물론 이들 악재들의 영향력을 지수 차원에서 명확하게 발라낼 수는 없다. 단 문제의 진원지인 유럽의 대표 지수(유로스탁600)가 200일 이동평균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참조가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스페인 금융기관의 뱅크런 우려로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다. 단기 급락한 대형주 및 삼성전자와 완성차-부품주들은 여전히 트레이딩 관심권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 절대 저평가 종목군들도 마찬가지다. 단 매매 타이밍을 분산해 변동성을 대비하는 전술을 함께 권한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최근 증시는 유럽위기로 인해 절대적으로 높아진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수위를 반영하며 급락세를 시현했다. 최근 높아진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수위가 하락 전환했고, 기업 이익증가율이 크게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고려 시 급락했던 증시 멀티플(PER)은 일정 부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가 낙폭을 추가적으로 회복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리스 여론 결과가 재정긴축을 주장하고 있는 신민주주의당과 사회민주주의당의 지지율이 시리자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인 긴축 반대가 그리스 자국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정치적 불안감이 높아졌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새로운 총리 임명과 집권당 교체를 기점으로 금리 상승세가 진정된 바 있다. 그리스도 다음달 17일 재총선을 통한 집권당의 출현 여부가 중요하다.
회복과정에서는 여전히 단기적으로 낙폭이 과도했던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IT, 운수장비와 같은 기존 주도주가 낙폭과대에 속하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분류된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글로벌 리스크 회피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순부채 규모로 가중한 미국, 일본 및 독일 국채10년물의 가중수익률은 지난 18일에 1.39%를 기록, 사상 최저점을 경신한 후 반등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1.46~1.90%의 박스권을 횡보한 가중수익률이 저점을 경신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보다 더 높은 수준의 리스크가 반영돼 낙폭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한다.
정치적 및 정책적 리스크가 해소되는 다음달 말까지는 불규칙적인 반등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VIX, V코스피 등 국내외 변동성지수는 이번달부터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VIX는 지난해 12월23일, V코스피는 지난 2월20일 수준으로 회귀했다. 코스피의 일일 장중 변동성도 0.47%에서 1.59%까지 확대되면서 당분간 변동성 확대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23일 EU 정상회담이 다음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는 긍정적이지만 리스크 자산의 추세적인 상승세를 견인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독일이 여전히 EU의 재정적 부담을 짊어지는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인 가운데 유로본드 또는 긴축안 철회와 같은 대규모 정책이 발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프랑스 재무장관 회담에서와 같이 기존에 비판을 받았던 긴축과 재정건전성 중심의 정책에서 보다 더 성장우호적인 정책이 제시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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