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오거스타에 '아멘코너'가 있다면 소그래스에는 '죽음의 17번홀'이 있다(?).
오는 10일 밤(한국시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950만 달러)이 개막하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투어전용코스인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ㆍ7220야드)다. 아일랜드홀이지만 전장은 137야드에 불과해 보통 9번 아이언이면 충분한 곳이다
선수들은 그러나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맞춰 클럽 선택부터 고심해야 하고, '구름갤러리'의 환호까지 더해져 부드러운 리듬과 템포를 잊기 마련이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샷을 하기 마련이다. 최종 4라운드 후반에는 여기에 우승에 대한 중압감까지 크게 작용한다. 우승컵을 품에 안기 위해서는 반드시 17번홀부터 극복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40개의 공이 수장됐고, 2007년에는 93개의 공을 먹어치운 '괴물 해저드'가 그린을 엄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잡았던 우승컵을 경쟁자에게 상납한 사례도 허다하다. 폴 고이도스(미국)는 2008년 최종 4라운드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의 연장전에서 티 샷이 물에 빠져 분루를 삼켰고, 션 오헤어(미국)는 2007년 1타 차 선두를 달리다가 이 홀에서 두 차례나 물에 빠지며 순식간에 4타를 까먹어 필 미켈슨(미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탱크' 최경주(42ㆍSK텔레콤)는 반면 지난해 최종일 바로 이 홀의 버디로 데이비드 톰스(미국)와의 연장전을 만드는 동력을 구축했다. 만만치 않은 3m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공동선두로 도약한 최경주는 이 홀에서 속개된 연장전에서도 드라마틱한 '우승 파'를 일궈냈다. 톰스는 반면 최경주보다도 더 짧은 거리에서 '3퍼트 보기'를 범해 자존심을 구겼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당연히 '난코스'다. 2006년 메이저대회 승격을 위해 세계적인 코스설계가 피트 다이(미국)를 초빙해 대대적인 코스 리뉴얼에 나서면서 선수들의 장거리포에 대비해 일단 전장부터 261야드나 늘렸고, 페어웨이 폭은 줄어들었다. 페어웨이 양쪽에는 질긴 러프가 배치됐고, 코스 곳곳에 깊은 벙커도 조성했다. 울트라 드와프 버뮤다 잔디로 조성된 그린은 물론 마스터스 개최지 오거스타내셔널의 '유리판그린'과 흡사할 정도로 빠르다.
17번홀을 정점으로 앞에는 '2온'을 위해 도박을 걸어야 하는 짧은 파5홀인 16번홀(507야드)이, 뒤로는 왼쪽으로 휘어지는 길고 어려운 파4홀인 18번홀(447야드)이 도열해 오거스타의 '아멘코너'처럼 3개 홀에서 이변이 속출되는 토대를 만들었다. 16번홀에서는 최소한 버디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해야 하고, 나머지 17,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하는 게 '우승공식'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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