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차장 인선, 현 정권 인사난맥상 드러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7일 국가정보원 1차장에 남주홍 주(駐)캐나다 대사를 내정했다. 남 내정자는 외교ㆍ안보 분야를 전공한 교수 출신 관료로 지난 17대 대통령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등을 역임했다.

이번 인선에 대해 야권에서는 "현 정권의 인사난맥이 또 한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북한대학원 교수인 홍익표 민주통합당 당선자는 "남 내정자는 정권 초기 통일부장관으로 거론되다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부적격 판단을 받은 적이 있다"며 "청문회가 필요 없는 직책이라고는 하지만 다시 정무직에 앉히려고 하는 건 그만큼 이명박 정부의 인사난맥상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해외ㆍ대북정보 수집 등을 주 업무로 하는 국정원 1차장에 남 대사가 내정되면서 현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남 내정자는 '통일의 길 예고된 혼돈', '통일은 없다' 등의 책을 낸 적이 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의 대북유화정책에는 비판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북 강경론자로 상징되는 남 내정자가 북한 이외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발휘할지 의심한다. 홍 당선자는 "국정원 차장은 북한 이외에 다양한 스펙트럼과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라며 "정책기조를 같이 하는 인물은 인선할 수 있으나 정보기관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외교안보분야 관계자는 이번 인선에 대해 "전혀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남 내정자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덕수상고와 건국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영국 런던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후보 안보통일보좌역을 계기로 문민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전신) 안보통일보좌관을 지냈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차장, 통일부 통일교육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국내 분야를 다루는 국정원 2차장에는 차문희 정보교육원 국내정보연구실장이 내정됐다. 정보교육원 역시 국정원 내 교육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차 내정자에 대한 인선은 내부승진 사례로 꼽힌다. 차 내정자는 중동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국가정보원 대전지부장ㆍ협력단장을 역임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차 내정자에 대해 "정보기관 대부분 업무를 두루 꿰고 있다"며 "전문성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