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투하츠> 13회 MBC 밤 9시 55분
“나한텐 있고, 너한텐 없는 것.” 이재하(이승기)가 김봉구(윤제문)에게 보낸 비밀상자를 여는 키워드는 ‘사람’이었다. 이는 재하의 각성을 알리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 죽은 형 이재강(이성민)이나 김항아(하지원)처럼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이기적이고 철 없던 ‘쓰레기’ 같은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 재하는 “나를 믿어줬던 사람들을 이젠 내가 지켜야” 하기 때문에 더 강해지기를 원한다. “작은 전쟁”과 마찬가지인 세계장교대회에 출전하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밖으로는 남북을 갖고 떠드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선포하기 위해, 안으로는 항아와의 약혼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과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더킹 투하츠>는 재하의 권력과 명예만을 드높이는 데 집중한다. 둘의 “약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쪽은 남한 국민들이고, 출전도 하지 않으면서 대회를 연 일본 수상에게 “혹시 이거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는 아니”냐고 일침을 가하며 위엄을 차릴 수 있는 건 재하뿐이다. 더욱이 작품 초반 재하의 연인이 아닌 북한 장교로서 항아가 보여주었던 당찬 모습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늘 두 사람의 관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강자로 보이는 건 재하다. 아무리 그가 항아에게 “니가 있어줘서 고마워. 우리 꼭 이기자”라며 키스를 한들, 양쪽에 실린 힘의 무게가 너무도 다르다. <더킹 투하츠>는 둘의 사랑을 동등한 인간 대 인간 차원의 이야기로 치환하기 위해 뒤늦게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재하의 “왕족 타이틀”을 빼고는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보는 이들의 심장까지 같이 뛰게 만들기엔, <더킹 투하츠>는 양자의 균형이라는 로맨스의 조건을 잘 모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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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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