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3차 핵실험 강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실제 핵실험 준비 작업을 벌이는 징후가 포착됐다. 2일 군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단기간 내에 핵실험이나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핵개발비용 얼마나= 반핵 운동을 전개하는 세계적인 민간단체인 `글로벌 제로'는 지난해 세계 각국의 핵무기 개발 현황과 예산 등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핵보유국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 등 9개국을 꼽았다.
각국별 올해 핵무기 지출 현황을 보면 미국이 61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러시아(148억달러), 중국(76억달러), 프랑스(60억 달러), 영국(55억 달러), 인도(49억달러), 이스라엘(19억달러), 파키스탄(22억달러), 북한(7억 달러)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북핵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약 65억 8000만달러라고 추정했다. 영변핵단지, 농축시설 등 핵시설 건설에 20억 1000만달러, 핵기술 연구개발에 3억 1000만달러, 원자로, 핵연료공장 등 핵시설 가동에 27억 2000만달러, 고폭실험 등 핵무기개발에 13억 4000만달러, 핵실험에 2억달러다.
핵 전문가는 "북핵 투자비용은 자원확보와 기술이 원활한 경우를 상정한 최소추정치로 암시장을 통한 자원확보등을 감안한다면 비용은 늘어난다"고 말했다. 핵개발 투자비용 65억 8000만달러는 중국산 옥수수 약 1940만톤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으로 북한주민 8년치를 배급할 수도 있다.
▲북핵 실험 시설은= 북한은 현재 우라늄 정련시설 2곳, 핵연료 성형가공과 제조할 수 있는 1곳, 운용중인 원자로 2기 등이다. 또 북한은 현제 제네바합의 이후 중단됐던 50MWe와 200MWe원자로를 경수로 공사 중단으로 재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재저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도 보유하고 있다.
영변 연구용 원자로(IRT-2000)는 1965년 구 소련에서 도입한 것이다. 최초에는 2MWt였으나 자체 기술을 통해 8MWt로 출력을 증강시켰다. 또 소련에서 도입한 10%농축우라늄은 핵연료로, 경수는 냉각재로 사용했다. 1977년부터 1993년 매년 IAEA의 정기적인 사착을 받아왔다. 하지만 천연우라늄 연료봉을 일부 집어넣고 소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적이 있음을 들통나기도 했다. 이에 IAEA는 처리시설 시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측은 지목당한 시설은 군사시설이라며 시찰을 거부했다.
50MWe원자로는 열출력 200MWt로 1985년에, 200MWe원자로는 1989년에 각각 착공됐으나 북미제네바합의 타결로 건설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006년 6월 경수로건설이 공식 종료됨에 따라 50MWe, 200MWe원자로를 재건설을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방사화학실험실은 1985년 자체 기술로 착공해 1995년 완공예정이었다. 하지만 북미제네바합의 타결로 1994년 10월에 건설이 중단됐다. 그러나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고 2002년 12월 IAEA사찰관을 추방한 후 북한은 제2생산라인 설비를 완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물규모는 길이 180m, 폭 20m의 6층짜리 대형시설이다.
신고가 되지 않은 시설도 있다. 50MWe원자로 남서쪽에 위치한 고체폐기물 저장소다. 이 저장소는 1976년부터 사용됐고 1992년 8월에 은폐 위장해 위장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이외에 폐기물 저장소로 추정되는 장소가 2곳정도 더 있으나 별가치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핵 개발능력은= 북한은 여러기의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94년 북미제네바 기본합의(AF)이전에 추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은 10~14kg이다. 이후 북한의 주장대로 2003년과 2005년에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했을경우 30kg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AF이전과 2003년 1월 NPT탈퇴이후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합산할 경우 북한이 보유할 수 있는 플루토늄 총량은 40~50kg로 분석되고 있다. 핵무기 1기 제조에 약 6㎏의 플루토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6-7기의 플루토늄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북한은 지난 2010년 11월 미국의 핵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1천대 이상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함으로써 고농축우라늄(HEU) 핵무기 개발이 진행중임을 과시한 바 있다. 북한은 2천대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해 가동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북한 주장이 사실일 경우 연간 40㎏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핵 전문가는 분석했다. 우라늄 핵무기 1기 제조에 약 15∼25㎏의 HEU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1-2기의 HEU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북한이 2009년 이후 플루토늄에서 고농축우라늄으로 전환했다고 가정할 때 지난2-3년 동안 3∼6기의 HEU 핵무기 개발이 가능했을 것으로 이 전문가는 관측했다. 이에 따라 플루토늄 핵무기 6∼7기와 HEU 핵무기 3∼6기를 더하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10기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이 전문가는 분석했다.
이와함께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 차례 이상의 고폭실험을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핵실험의 전단계인 완제품 고폭장치에 대한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2006년 10월에 실시한 핵실험은 성공여부를 떠나 북한의 고폭장치가 작동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만일 당시 실험의 부분적 실패원인이 고폭장치의 문제라면 북한은 정교한 장치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 외부도움 받나= 핵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관련 전문인력에 대해 "고급인력 200여명을 포함해 3000여명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맹국들의 전문가참가도 부정할 수 는 없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포스트는 30일 보도를 통해‘이란 과학자들이 북한 핵실험에 참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북한은 곧 핵실험을 실행할 것이고, 이란의 과학자들이 폭발지점에 참석할 수 있다(Iranian scientists could be present at the explosion site)”고 전했다. 북-이란 핵 커넥션(connection)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북한과 이란은 1980년대 초반부터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샤하브-3은 북한의 노동미사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주로 북한이 이란에 기술 전수를 해줬지만 최근 이란은 위성발사에 성공할 정도로 로켓기술이 발달했다.
미사일로 축적된 양국의 군사협력은 핵기술에서도 이어졌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공식 정보라인에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북핵실험 때 이란의 관계자들이 참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북핵 실험 가능성은= 북한은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그해 12월 남해에 반잠수정을 침투시켰고, 이듬해 6월에는 제1연평해전을 일으켰다. 또 2006년 7월에는 대포동 2호를 발사한후 3개월이 지나 1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 이후 후계체제를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대내적 위기를 맞아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서도 제재국면이 지속되면서 도발한 것이다. 북한이 김일성 100회 생일인 4월 15일을 전후해 당대표자회 등을 여는 등 김정은 후계체제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도 3년 전과 유사하다.
지난 2009년 4월에는 '은하 2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에 반발해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대청해전에 이어 다음해 3월 천안함을 폭침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가 공개한 상업용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굴착을 위한 탄광차 행렬이 포착됐다.
풍계리는 2006년과 2009년 각각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두 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장소다. 사진 속 탄광차는 1ㆍ2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두 갱도 아래로, 또 다른 핵실험용 갱도 굴착을 위한 행렬이다. 한미연구소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3차 핵실험을 위한 장소에서 5층 아파트 3개 동 규모에 해당하는 8,000㎥의 토사가 굴착됐고 탄광차가 이들 토사들을 운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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