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오는 3일 실시될 영국 지방선거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기 침체와 뉴스코프 불법도청 스캔들 파문으로 캐머런 총리의 집권 연정에 대한 지지율이 최악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은 29%에 그쳤다. 8년만에 가장 낮았다. 반면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40%로 집계됐다.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에 대한 지지율은 10%를 기록해 보수당 지지표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의 지지율은 11%에 그쳤다.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한 것은 일단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주 발표된 영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 감소해 영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공식적으로 영국 경제가 지난 1975년 이후 처음으로 더블딥에 빠져든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BBC 방송에 출연해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로존 위기는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며 유로존 위기가 영국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정권 교체시 차기 재무장관으로 유력한 노동당의 에드 발스 의원은 캐머런이 영국 경기 침체의 원인을 유로존에 돌리려 한다며 맹비난했다.
뉴스코프 전화 불법 도청 사건에 내각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캐머런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노동당은 의회 차원에서 뉴스코프 불법 도청사건에 대한 조사를 실사하자며 캐머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의 공보 책임자를 지낸 앤디 쿨슨이 불법 도청 사건과 연관된 뉴스코프의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불법 도청사건은 캐머런 총리의 족쇄가 돼 왔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앞선 조사 때보다 지지율이 높고 유권자들은 경제정책에 대해 노동당보다 보수당에 더 신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캐머런은 지난 29일 예산에 대한 논쟁, 유조차 운전자들의 파업 조짐, 루퍼트 머독의 폰 해킹 사건 등으로 지난 몇 주간이 힘겨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런던시장 등 181개 지역에서 지방의원 5000명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은 최대 350개 의석을 잃을 수 있다고 FT는 예상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런던시장 선거에서는 보수당 소속인 보리스 존슨 현 시장이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 후보에 앞서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