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K-POP(한국대중음악) 열풍과 조선왕실의궤 반환 등 지난해 우리 문화계는 경사가 참 많은 해였다. 정부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한류' 확산과 다양성을 도모하기 위해 한류진흥단을 조직하고, 한류와 기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협의회도 발족했다. 특히 현대적인 콘텐츠와 결합한 전통 한류를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들도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최근 사극열풍 바람도 이런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전통'은 바로 문화 정체성의 뿌리다. 각각의 공동체가 자신들의 문화를 구축해나가고, 다른 공동체와 결합된다 해도 그 시간동안의 역사와 과정을 인정하는 토대다. 전통은 그래서 문화적 다양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대중가요나 드라마가 더 많은 국가로 진출하고 경제적인 수익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재 환수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혜문스님의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혜문스님은 현재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로 활동하며 약탈문화재 환수 운동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주도한 공로자다. 우리나라 문화재 다수가 불교문화재인 만큼, 불교계에서 문화재 환수에 가장 앞장서 왔던 분이다. 이 책에는 그가 활동하면서 우리 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활동한 과정들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혜문스님은 약탈당해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되찾은 문화재가 가진 허와 실도 적나라하게 적시했다. 우리 정부나 국민들이 갖는 문화재에 대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소상히 들춰낸다.
혜문스님은 "우리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이기고 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님이 외국만이 아니라 국내 관련기관 등과 싸웠던 이유가 문화재 환수 자체가 아닌, '민족 자존심과 역사정신'을 되찾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한류를 위해서라면, 우리 '전통'이 세계적인 한국문화로 알려지길 원한다면 먼저 우리의 과거부터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을까. 국가간 협의에 의해 진행되는 문화재 환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가운데 정말 누가 어떻게 역할하고 또 방해하는 세력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혜문 지음/작은숲/1만4000원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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