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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예술가 김범수 | 뒤틀린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의 내밀한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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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의그림살롱 98회 | 조형예술가 김범수의 ‘Clonage’ 시리즈

조형예술가 김범수 | 뒤틀린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의 내밀한 공포 Super-objet:21, FRP, 110x150x190cm,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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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혜성(彗星)이 떨어진 것처럼 사자머리가 나뒹굴었다. 두발로 걸었기 때문인가, 소통의 부재인가. 공존의 약속은 명백히 깨졌다. 인간중심설은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어느 불길한 징후의 찰나를 포착한 듯 이미지들은 예시(豫示)되어 있다. 마치 형벌에 저항하는 뒤틀린 몸짓처럼 퀭한 시선은 다시 넘어질지 모른다고 암시하는 듯하다. 중심을 잡으려 뻗은 손, 필시 다른 존재를 향한 어떤 욕망의 눈길을 보내는 육체는 목발로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러한 위태로움에서 움직임의 열망이 포착됐다. 균형을 잡으려 하는 완강한 몸짓과 의식의 이상향(理想鄕)에서 나를 지탱하는 의미를 발견하고자하는 딱딱할 것 같은 자리에 아이들이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형예술가 김범수 | 뒤틀린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의 내밀한 공포 Super-objet:22, FRP, 120x160x160cm,2011

앙증맞게 재롱을 부리던 아이는 마주한 아이에게 뭐라 손짓하며 말을 건넨다. “우리 엄마는 천사야. 언제나 자상하시지. 그러니 엄마의 등에서 마음 편히 가지렴.” 노란 양지꽃같이 동그란 머리의 아이는 안도의 시선을 보내며 허리를 약간 뒤로 젖힌다. 잔잔한 바람은 우려를 잦아들게 하고 품안은 비를 피하는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됐다.


강물은 눈이 부셨다. 수면 위로 몇 개의 물방물이 뽀르르 일어날 때마다 고개를 내민 두려움과 호기심 가득한 물고기들의 동그란 눈동자를 본 아이는 거품이 일 때마다 칭얼거리듯 심하게 다리를 흔들었다. 엄마는 엉덩이를 다독거렸지만 아이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의 감성을 알아채기까지는 꽤 오랜 반복이 있었다.


나와 다른 것을 간절히 부르는 몸부림. 하필이면 물고기와 말벗이 되고파 하는 아이의 소망을 들어주려 어머니는 천사의 날개와 뱀이 휘감아 오른 지팡이에 간신히 의지한 채 강물 가까이 허리를 굽혔다. 그 때 아이의 눈빛에 살아 꿈틀대며 빛나 보이는 것은 지팡이 저 맨 끝 지점, 적을 향해 유유히 소변을 보았다는 설(說) 의 ‘오줌누는 소년’ 미니어처 상(像)이었다.


조형예술가 김범수 | 뒤틀린 기계문명에 대한 인간의 내밀한 공포 Super-objet:25, FRP, 45x45x150cm,2011


속도와 시간의 흐름속 ‘존재의 美學’
불안정한 동작서 더욱 빛을 발하는 운동감. 그 위를 지나는 속도와 시간성은 단지 우리들이 살아 움직이는 한 모두 그 흐름의 선상위에 놓여있다는 것이 분명할 따름이라고 일깨운다. 수많은 자아 사이에서 오늘도 미완의 하루를 지탱해 온 세 다리. 이것이 로봇에 두 다리를 내준 미래 기계문명 속 인간의 내밀한 공포의 진실이 아니길….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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