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단 동문이 함께 만드는 교육 공동체 모범 사례로 성공, 26일 보고회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1.지난해 발표된 ‘최근 3년간 고등학교별 서울대 수시 합격자 배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강동구에 위치한 한영고등학교가 경기도 창현고등학교에 이어 두 번째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ㆍ자율고를 제외한 일반고 성적으로는 전국에서 단연 선두라고 할 수 있다.
한영고 김운 교무부장은 한영고의 성공 요인을 다년간 누적된 대학입시 자료를 통한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의 체계화, 독서?논술ㆍ면접 등 특화 교육, 수학?과학 영재반 등으로 꼽는다.
한영고는 자체 영재교육원을 설치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자연 계열 학생 중 수학?과학 분야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1년 120회(각 100분)의 수업을 진행했다. 수료생에게는 영재 교육 대상자 인증서를 발급해 교육 동기를 불어넣었다. 이 곳에서 심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별도로 해당 분야의 과외를 받지 않고도 명문대에 입학(서울대 12명, 연세대 11명, 고려대 11명 카이스트 1명)할 수 있었다.
논술?면접 등을 특화한 수업을 병행해 대입에 미리 대비하기도 했으며 ‘자기주도학습 이수제’를 통해 학습 목표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2. 구재환군과 김진호군(상일미디어고, 2학년)는 지난해 ‘2011 월드로봇 올림피아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입학 때부터 방과후 수업으로 ‘모바일 로봇반’ 활동으로 꾸준히 실력을 쌓아 대회 1등을 거머쥔 것이다.
두 학생 외에도 이 대회에 출전한 상일미디어고 로봇반 학생들은 금상과 동상을 휩쓸며 로봇 분야에서는 최고 실력을 입증했다.
이들은 올해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7월에 있는 대회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함은 물론, 방학 중에 열리는 전국 대회와 연말 세계 대회까지 진출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박명철 교사는 “2007년 동아리를 결성했을 때만 해도 로봇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구청에서 명문고 프로그램으로 지원해주면서부터 강사료나 로봇 구입비, 간식비 등이 많은 부분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아이들이 대회를 통해 경험과 경기력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위 사례들은 강동구(구청장 이해식)의 '명문고 육성 프로젝트 성과' 일부다.
명문고 육성 프로젝트는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지난 3년 동안 13개 학교에 총 24억79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역시 특목고(한영외고)를 제외한 모든 고등학교(13개교)에 6873만원을 지원한다.
강동구 명문고 육성 프로젝트는 기존의 단순 보조금 혹은 시설 수리 등 일회성?물리적 지원이 아니라 학생들의 실력과 학교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장기적인 교육 지원 정책이다.
천편일률적으로 국·영·수 심화학습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특성과 학생 취향, 학부모들 요구 등이 잘 반영된 교육 프로그램만을 선별해 지원했다.
각 학교에서는 이색 프로그램을 계발함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자기주도학습과 관련해 ‘포트폴리오 교실(둔촌고), ’대학선배 컨설팅(명일여고), ‘협성토론대회(배재고)’, ‘대학연계 실험·실습(상일여고)’ 등을 운영 중이다. 과목별 심화 교육 또한 ‘영어모의유엔대회(광문고)’, ‘미술실기(상일여고), ’과학·인문 학술캠프(동북고)‘ 등 대부분 학생 참여형으로 꾸며 학부모·교사·학생 모두 수업에 만족하고 있다.
전문계고 경우도 ’모바일로봇·귀금속 가공·디자인(상일미디어고)‘, ’기업 실습(현강정보고)‘ 등 기술 전문성을 쌓고 사회 적응력을 키우는 교육에 집중됐다. (주요 프로그램 추가 첨부)
또 구청과 학교 재단?동문 등 3개 주체가 매칭 펀드 방식으로 공동 분담함으로써 지역 사회가 학생들의 교육을 함께 이끌어간다는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높여 나가고 있다.
명문고 육성 프로젝트는 나날이 치솟는 사교육비를 경감시키면서도 학생들에게는 더 흥미롭고 깊이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와 같은 목표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의 신뢰도와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와 재단, 동문의 매칭 펀드 방식을 도입했다.
교육 지원금의 총 예산 중 공립은 10%, 사립은 30%를 학교 측에서 분담한다.
상일여고의 경우 2009년 10%에서 지난해에는 38%까지 분담률을 늘렸다.
첫 해에는 냉소적이었던 다른 학교들도 분담의 효과를 직접 느끼고 난 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비용 분담에 나서고 있다.
교육 지원에 매칭 펀드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구 차원에서는 과도한 예산 부담을 줄였으며 학교에서도 이전보다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 예산을 편성하게 된 것이다.
강동구는 명문고 육성 프로젝트 시행 3년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세우는 보고회를 26일 오후 3시30~5시30분 구청 대강당에서 마련한다.
이 날 자리에는 지역내 13개 고등학교 교장, 학부모 등 200명이 참석한다.
이해식 구청장은 “명문고 육성 프로젝트는 자치단체와 학교가 공동 분담으로 힘을 모아 공교육을 살린 매우 의미 있는 성공 사례”라며 “단 한 명의 엘리트를 키우기 위한 무한 경쟁 시스템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개성을 발휘하면서도 실력을 쌓는 교육 환경 조성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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