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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노숙인 축구단 창단 1년, 눈부신 변화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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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6일 자치구 최초로 창단 …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연습, 친선경기 펼쳐..구로구내 노숙인 숫자도 대폭 감소 .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구로구(구청장 이성)가 전국 최초로 노숙인들로 구성된 축구단(축구단 명칭 디딤돌 축구단)을 창단한지 1년을 맞았다.


구로구는 ‘노숙인들이 축구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조직유대감을 강화하며, 자활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 구로구의 디딤돌축구단 창단 의도였다.

1년간 디딤돌축구단은 매주 토요일 고척동 계남근린공원 인조잔디구장에서 2시간씩 연습과 친선경기를 펼쳤다.


처음에는 모이기도 힘들었고 술에 절어 몸이 말을 듣지도 않았다. 하지만 구로구는 비나 눈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경우 어김없이 디딤돌축구단을 소집했다.

그리고 1년 그 효과와 변화는 눈부시다. 취업을 했고, 헤어졌던 가족을 만났고, 숙소를 마련하고, 건강을 회복했으며,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았다. 이들이 노숙을 포기하면서 구로구에는 노숙인들이 거의 사라지는 효과도 생겼다.

구로구 노숙인 축구단 창단 1년, 눈부신 변화 화제 구로구가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창단한 디딤돌 축구단이 창단 1주년을 맞았다. 노숙인들을 처음 술에 쩔어 운동하기 어려운 건강상태를 보였으니 매주 토요일일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취업 성공, 가족 상봉 등 좋은 현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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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에는 이를 기념해 계남근린공원 인조잔디구장에서 1주년 기념행사가 펼쳐진다. 1년 전 창단식 때 디딤돌축구단의 성공을 기원하며 함께 했던 드래곤연예인축구단(이전 독수리연예인축구단)이 이번에도 참석해 이들의 변화를 축하해 준다.


◆취업 해트트릭


디딤돌축구단의 가장 큰 성과는 자활이다. 축구의 해트트릭만큼이나 희열이 있는 성과다.


구로구 관계자는 “술 없이는 못살던 노숙인들이 매주 토요일 연습을 하면서 금요일만이라도 금주하자며 절주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금주의 날이 늘어났다”면서 “술을 줄이자 생활도 정상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술을 줄인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회원들은 구청 디딤돌축구단 담당자들의 건의를 받아 들여 일자리를 구했다.


지난해에는 8명이 공공일자리 근로자로 참여했고, 올해도 3명이 공공근로를 하고 있다. 한 명은 마을버스 운전자로 취업해 디딤돌축구단을 떠났고 40대 초반의 한 회원은 구로구 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정규직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후배’ 노숙인들의 자활을 도와주고 싶다며 회원으로 가입했던 ‘선배’ 노숙인 택시운전사도 여전히 열심히 택시를 몰고 있다.

구로구 노숙인 축구단 창단 1년, 눈부신 변화 화제 구로구 디딤돌 축구단 시합 장면


◆가족상봉 결승골


취업이 해트트릭이라면 가족상봉은 결승골 정도 될 듯하다. 노숙생활을 정리하면서 가족을 다시 만난 회원들이 생겼다.


노숙인 전세주택인 오류동 자활의 집에서 혼자 생활하던 김모씨(53)는 지난해 12월 수년간 헤어져 살던 딸을 데려왔다. 아내와 일찍 헤어졌던 김씨는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아는 어린이집에 장기간 맡겨 두고 있었다.


또 다른 김모씨(50)도 가족을 찾았다. 한 때 사업가였던 김씨는 사업실패로 노숙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헤어졌다. 디딤돌축구단 멤버로 활동하면서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했고 이후 가족들을 다시 찾아 현재는 잦은 왕래를 하고 있다. 김씨는 조만간 형제들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배우자를 만난 사람도 있다. 영등포 노숙인 쉼터 ‘행복한 우리집’에서 생활하던 40대 김모씨는 디딤돌축구단에 가입 후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했고 노숙인 쉼터에서 나와 주거지를 마련했다. 현재는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예비신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숙소마련 프리킥


정상적인 생활을 위한 프리킥도 찼다.

구로구 노숙인 축구단 창단 1년, 눈부신 변화 화제 구로구 디딤돌 축구단 창단 전 훈련 모습


구로구의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숙소를 마련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변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숙소를 마련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창단 1년 동안 5명이 노숙 생활을 정리하고 고시원 등의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건강회복, 자신감 형성 어시스트


술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디딤돌축구단 코치를 맡고 있는 구청 직원은 “처음에는 5분만 뛰어도 헉헉대고 운동을 지속하기가 힘들었지만 이제 20분 정도는 쉬지 않고 뛰며 2시간 가량 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강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레 자신감도 생겼다. 건강회복과 자신감형성은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끔 해주는 어시스트다.


◆노숙인 감소 수퍼 세이브


디딤돌축구단 담당자는 “노숙인축구단 운영 후 기대치 않았던 큰 효과가 있다”면서 “지역내 노숙인들이 거의 사라진 점이다”고 말했다.


구로구 내 노숙인들이 가장 선호했던 곳이 시장과 지하철역이 가까운 구로리어린이공원.


하지만 구로구가 구로리어린이공원에 있던 노숙인들을 대거 축구단에 참여시키고 오히려 이들에게 공공근로를 맡겨 공원을 관리토록 했다.


그러자 노숙인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터주대감처럼 머물던 노숙인들이 관리자로 변신하자 가끔 찾아오던 노숙인들도 자취를 감췄다.


디딤돌축구단이 노숙인 방지라는 수퍼 세이브 역할을 한 셈이다.


처음 33명으로 시작했던 디딤돌축구단의 현재 회원수는 26명. 매주 참가자는 다르지만 평균 10여명이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을 위해 건강검진, 취업지원 등의 사업을 펼쳤던 구로구는 올해도 인문학 교육,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성 구청장은 “노숙인들이 모두 정상적인 삶을 회복해 디딤돌축구단이 해체되면 정말 좋은 일이다”면서 “빨리 그렇게 되도록 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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