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이대호(오릭스)가 큰 짐을 내려놓았다. 17경기, 89타석 만에 홈런 가뭄을 해결했다. 일본 프로야구 첫 홈런이다.
이대호는 21일 홋토못토필드 고베에서 열린 니혼햄과의 홈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0-4로 뒤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솔로 홈런(비거리 110m)을 터뜨렸다. 상대 선발 다케다 마사루의 시속 116km 몸 쪽 슬라이더를 공략,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일본무대에서 홈런을 맛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초반 14경기에서 다소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애를 먹으며 장타를 뽑지 못했지만 19일 소프트뱅크전에서 장타 2개를 치며 타격감을 회복했고 결국 17경기 만에 고대했던 홈런을 신고했다. 팀 내에서는 T 오카다, 고토 미쓰타카 등에 이어 세 번째 쾌거. 이로써 이대호는 홈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한결 덜게 됐다. 일본리그 최고 왼손투수로 손꼽히는 다케다를 상대로 아치를 그려 당분간 배트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다케다는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홈런은 다소 늦은 감이 짙다. 이대호는 일본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늦게 홈런을 신고했다. 이승엽(삼성)과 이범호(KIA)는 모두 데뷔 이후 8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렸다. 김태균(한화)과 이병규(LG)는 각각 10경기와 13경기가 소요됐고 가장 먼저 도전했던 이종범(1998년)은 5경기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대호의 배트 위력이 이들보다 덜 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 시즌 심각한 투고타저에 시달렸다. 동북부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면서 극심한 전력난이 도래했고 이내 일본야구기구(NPB)는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이후의 이닝 속개를 금지시켰다. 비슷한 차원에서 스트라이크존은 확대됐고 공인구도 반발력이 작은 미즈노의 통일구로 바뀌었다. 경기시간 단축을 노린 규칙은 올 시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일본 내 원자력 발전소 54기 가운데 53기의 가동이 중단된 까닭이다. 다소 어려운 상황에서 이대호는 뒤늦게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때려 시즌 두 번째 멀티히트를 완성하는 등 초반 부진을 딛고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오릭스는 다케다의 8이닝 1실점 호투에 막히며 1-8로 졌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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