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미국 법원 제안 받아들여 법정 다툼 대신 협상 노력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소송을 시작한 지 1년여만에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국 법원에서 양사가 법정 분쟁 대신 협상을 택하면서 그 여파가 확대될 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태블릿PC의 특허 침해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한국계 미국인 루시 고 판사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두 CEO는 변호인들과 함께 90일 이내에 협상에 참여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법원의 판사가 양측의 협상을 중재한다.
이는 법원이 최근 삼성전자, 애플의 주요 임원들에게 법정 다툼 대신 협상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 데 따른 것으로 양측은 지난 15일 협상에 들어가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법률 전문 매체 로우(Law) 360은 12일 양측이 가장 적절한 안을 선택하기 위해 법원의 중재안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외신을 중심으로 나온 특허 침해 소송을 타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위급 임원들이 만났다는 보도에도 힘을 실어준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현재 삼성전자와 애플은 9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물밑 합의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양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협상을 위한 노력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질적인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플이 지난해 4월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를 상대로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제안으로 양사의 CEO가 합의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 곳에서 합의가 도출되면 전세계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줄줄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이 시작된 지 1년이 막 지난 시점에서 협상 소식이 구체적으로 들려오고 있다"며 "양사의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지 이목이 쏠린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지난 4일 애플이 증언 녹취 신청을 한 삼성전자 직원 14명 중 최지성 부회장을 포함한 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법원은 최 부회장의 증언 녹취 시간은 2시간 이내로 제한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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