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나 홀로 잘 나가던 삼성전자가 주춤했다. 안착하는 듯 보였던 130만원대는 장 시작과 함께 무너졌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았으며 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물량도 쏟아졌다.
12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만8000원(2.90%) 내린 127만3000원으로 마감됐다. UBS를 비롯해 맥쿼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도상위 5위까지를 모두 점령했다. 이날 외국계 증권사는 도합 17만주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날 삼성전자 거래량은 50만주를 조금 넘었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매수 금액도 7만주 이상임을 감안할 때 매도 물량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를 통해 나온 셈이다.
프로그램 매도 물량도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프로그램은 1823억원 순매도였다. 장 막판까지 2500억원 이상 순매도였으나 막판 국가기관(우정본부)쪽 매수세가 유입되며 순매도 규모가 줄었다. 외국인은 프로그램 종가매매에서도 681억원 순매도하며 이날 매도세를 주도했다.
이같은 외국인 중심의 삼성전자 '팔자'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악화된 투자심리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스페인 구제금융설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주식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그간 잘 나가던 삼성전자를 일부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박은용 CLSA 상무는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종목을 줄이고 싶은데 여타 종목은 이미 너무 많이 빠져있다보니 덜 빠진 종목 위주로 매도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삼성전자는 그동안 비중이 너무 높아진데다 평가익도 상당해 이번에 비중을 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데다 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 등이 그간 많이 올랐던 삼성전자에 집중되면서 차익실현 물량이 함께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급락이 추세 전환은 아니라고 봤다. 그간 오른데 따른 숨고르기 차원의 조정이란 추정이다.
박 CLSA 상무도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매도 움직임도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며 아직은 추세를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국내 기관의 한 펀드매니저도 "그간 홀로 올랐으니 차익매물이 나올 시점이었다"며 아직 추세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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