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새누리당이 지난 11일 열린 19대 총선에서 과반의석(152석)을 차지하며 제1당의 자리를 지켰지만 재계의 근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앞세운 소위 탈(脫)대기업 기조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삽입한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기업집단 내부거래 정기 직권조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진출 방지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 의지가 담긴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누리당의 정강 정책이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을 골자로 한 통합민주당의 정책방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제수위가 낮아 어느 정도 부담은 덜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비대위가 제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확대', '하도급제도 전면 혁신' 공약 등은 한동안 재계에 족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탓에 섣불리 투자에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포괄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확대계획을 추진할 경우 기존에 진출했던 사업에서 손을 뗄수밖에 없어 유무형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확대하더라도 충분한 시간과 공청회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H 고위관계자는 "여론에 기대어 일방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확대하는 것은 재계에 예상치 못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하도급제와 관련해 올초 노사간에 겨우 합의가 끝난 사안으로 불씨가 되살아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새누리강의 하도급제 전면 혁신 공약과 관련해 날선 대립각을 세운바 있다. 경총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논리는 시장경제질서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폐해방지와 관련해서도 긴장을 끈을 놓을수 없는 상태다. 일부 대기업은 정치권에 좋지 않은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회사 임원들에게 언론인터뷰 등을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구체적인 정당의 정책방향이 결정되기 전까지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요 대기업들은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올해 초부터 계열사에 몰아주는 일감의 상한선을 정하는 등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향을 강구하고 있으나 계열사의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유통업체 E사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업무의 상당부분을 계열사가 담당하고 있어서 무리없이 진행돼왔지만 일감 퍼주기 이야기가 나오면서 신경쓰이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업 경영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새누리당 스스로 균형잡힌 정책을 마련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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