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민간인 불법사찰을 둘러싼 논란이 4·11총선 정국을 강타하면서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2010년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더라면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지금과 같은 곤란한 지경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 의혹을 수사했던 주체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당시 형사1부장ㆍ현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이다.
당시 수사팀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 전 지원관 등 3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때도 윗선과 몸통에 대한 이런저런 의혹들이 있었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몸통'을 자처한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가 나오고, 본인이 스스로 죄를 자백한 다음에야 검찰이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다. 당시 수사팀은 무엇을 했느냐는 궁금증이 이는 대목이다.
물론 검찰도 할 말은 있다. 수사팀장이었던 오정돈 차장검사는 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찰 사실 자체만으로는 기소가 불가능하다"면서 "사찰을 통해 특정인으로 하여금 의무가 없는 행위를 하게 하거나 권익을 침해한 사실이 확인돼야 하는데 당시 수사에서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세 명만이 혐의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컴퓨터 파기, 기록을 지우기 위한 디가우징 등 은폐 의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당시 수사는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현 정권과 검찰에 돌아오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전 비서관의 월권과 탈법적인 비위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자칫하면 불법 사찰의 오명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생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있는 잘못을 없는 것으로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검찰이) 타이밍을 잡았을 때 싹을 잘랐어야 한다"면서 "당시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결국 (검찰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는 권력이 날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재선의원은 "이영호라는 깜도 안되는 인물이 벌인 해프닝에 가까운 일을 정권 전체가 책임지게 생겼다"며 "검찰이 중심을 잡지 못하니까 결국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에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당시 수사계통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이다. 이귀남 전 장관은 '은퇴'했고, 김준규 전 총장은 변호사 개업을 했다.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구고검장을 거쳐 법무연수원장으로, 신경식 전 1차장검사는 대전고검 차장을 거쳐 청주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오정돈 전 팀장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거쳐 현재의 보직에 발령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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