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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현대건설 이름이 곧 '보증수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59초

UAE·싱가포르 플랜트 공사현장 가보니...

폭염·지하 열악한 환경에도
첨담 공법으로 공기 단축
건설업계 최강자 입지 다져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1.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30여분을 달려 도착한 합샨지역. 이곳엔 UAE에서 가장 큰 가스 처리시설 플랜트 현장이 있다.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섭씨 29도밖에 되지 않아 사막에서는 '그린(Green)'이라 불리는 쾌적한 조건이라지만 습도가 없어 사막의 지열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간혹 바람이라도 불면 모래바람으로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방향감각을 잃어버릴 정도다.

#2. 쉴새 없이 이마와 등줄기에서 땀방울이 쏟아졌다. 마치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이곳은 지상에서 140m 아래인 지하 현장. 서늘한 국내 지하 비축기지와 달리 해저 암반을 뚫은 싱가포르 주롱 비축기지 공사장은 섭씨 40도에 달했다. 질퍽한 동굴을 지날 때마다 물줄기를 막는 공사와 발파시킨 암반을 나르는 덤프트럭 굉음이 귀를 먹먹하게 했다. 화약 냄새까지 섞이면서 호흡마저 곤란했다.


건설현장은 어느 곳이든 열악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해외현장은 언어와 기후 등의 이질적 요소들이 가미되며 어려움이 배가 될 수 있다.

특히 외부인에게는 접근을 위해 각종 보안절차를 수속해야 하는 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찾은 현대건설의 UAE와 싱가포르 현장은 '현대건설' 브랜드 네임만으로도 방문이 어렵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동안 쌓아온 품질수준, 공기준수 능력, 성실함 등으로 인해 현대건설 현장 접근에는 관대했던 것이다. 싱가포르 현장 관계자는 "투명한 나라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조차 정부공사에 현대건설이 입찰을 하면 다른 회사의 입찰 가격을 넌지시 알려줄 정도"라며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현장들은 국가적 이목이 집중된 프로젝트들이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는 현대건설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부다비 합샨 가스 플랜트 현장..'도전의 역사'를 쓰다=현대건설이 UAE 합샨지역에 짓고 있는 대규모 가스처리공장 IGD5(통합가스전 개발계획 합샨5)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긴팔과 긴바지 등으로 뜨거운 햇살을 가리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가스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현장이기에 20km에서 떨어진 캠프에서 약 7800인분의 식사가 전달된다며 이 시간을 활용해 잠시나마 땀을 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장르포>현대건설 이름이 곧 '보증수표' UAE서 가장 큰 가스처리공장 시설로 오는 2013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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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D5공사는 약 17억달러(한화 2조2000억원) 규모의 가스처리공장 부대설비 공사로 10km 떨어진 가스전에서 나온 천연가스를 내수와 수출용으로 쓰기 위해 정제하는 시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9년 7월 공사를 단독 수주해 오는 2013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작업중이다. 특히 이 곳에서 나오는 가스량은 1일 기준 21억5000 nomal㎥(표준입방피트) 규모로 UAE서 가장 큰 가스처리시설 플랜트이다. 예컨대 IGD5가 완공되면 서울시민들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스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현재 전기, 스팀, 물 공급 설비 외에도 160㎞ 규모의 신규 배관망, 기존 공장 개·보수 등의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장르포>현대건설 이름이 곧 '보증수표' 모래 바닥에 11개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가스를 전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초기 발주처에서 요구한 까다로운 규정(DAFRA; 공사를 수행하는 모든 원청사와 하청사들은 사무처에서 수요 차량의 50%를 임대해야 하는 규정)을 준수하며 3월 현재 87.3%의 공정을 달성했다. 섭씨 50도까지 오르는 폭염 속에서도 공정을 오히려 2개월 정도 단축시켰다. 인근에 위치한 이탈리아와 일본 업체가 맡은 현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공기가 지연되는 것과 달리 유일하게 계획 공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현장소장인 김면우 상무는 "해외 건설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납기와 품질이기 때문에 현대건설은 자체 개발한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공기를 맞추고 있다"며 "전체 현장이 완공되기 전인 올해 11월부터 6개월간 시운전을 거친 후 완벽한 상태에서 발주처에게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중동 시장에서 다시 한 번 국내 건설업계 최강자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서 건설중인 신고리 3·4호기 원전 현장을 바탕으로 UAE 원전공사까지 수주해내며 한국형 원전의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올렸다.


◆싱가포르 지하 유류기지 주롱 JRC1..'최첨단' 건설공법 적용=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주롱 산업단지내에 짓고 있는 동남아시아 첫 유류창고 시설 'JRC1' 현장을 찾았을땐 석유 비축기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6억달러 규모의 이 공사는 싱가포르 정부가 석유화학 중심지 육성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서남단 주롱섬 인근 반얀 해역 140m 지하 암반에 150만㎥의 원유 비축기지(950만 배럴 규모)와 유조선 접안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오는 2014년 5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 싱가포르에 건설돼 있거나 건설예정인 저장시설 규모는 1억8300만 배럴이다. 이 가운데 JRC1이 담당하는 용량은 1800만 배럴로 10%에 해당한다. 완공후 담당하게 될 저장용량도 950만 배럴에 해당된다고 하니 현지인의 관심도 매우 높은 편이다.


발주청 여직원의 안내에 따라 고무장화와 안전모자를 쓰고 한 번에 300명 가량 탈 수 있는 리프트를 타고 레벨 제로(Level 0)와 레벨 원(Level 1)현장으로 내려갔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자 현장 관계자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어넘겼다. 김영 소장은 "12시간씩 2인 교대로 일하고 있는 가운데 처음 이곳에 온 현장 직원들은 높은 습도와 더위로 실신을 하기도 한다"며 "열악한 상황이지만 착공 2년6개월여만에 바다 밑 지하동굴 터널 11.2km를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운영시설이 지상이 아닌 지하에 설치되다보니 환기나 통신 등의 설비공사가 복잡하게 연결됐다. 이 때문에 리프트에서 내려 200m 쯤 걸어들어가면 좌우로 길이 나뉘는 미로를 맞닥뜨리게 된다. 또 다른 현장 관계자인 문갑 부장은 "여기서는 왼쪽으로 돌아서야 한다, 위험한 순간이 있더라도 특수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무엇보다 비축기지 만큼 국내의 기술력을 따라갈 곳이 없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지하 유류 비축기지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돼 향후 해외 지하 유류 비축기지 공사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르포>현대건설 이름이 곧 '보증수표' 한증막을 방불케 하는 지하 동굴. 주롱 유류 비축기지 공사 현장에서 어려운 점은 암반을 깨는 것보다 곳곳에서 쏟아지는 바닷물을 막는 작업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현장이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 지하 암반을 뚫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바닷물을 막는 작업과 기름을 나르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다. 암반 속 해수 압력은 10바(bar)정도. 수심 100m에서 전해지는 압력을 말한다. 근로자들은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그라우팅(groutning)작업을 선행하고 있다. 또 다른 작업은 유류를 저장하는 동굴을 감싸게 되는 '물커튼(Water Curtain)'을 만드는 것이다. 김 소장은 "동굴을 파고 숏크리트 등으로 처리를 한 후 기름을 들이붓게 되는데 높은 수압으로 동골 주위를 감싸면 기름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며 "폭 20m, 높이 27m의 동굴을 모두 이런 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싱가포르 랜드마크 빌딩인 '아시아스퀘어타워1'의 완공으로 싱가포르 내에서의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아시아스퀘어타워는 호주의 세계적인 부동산 투자업체 맥쿼리 글로벌 프로퍼티 어드바이저(MGPA)의 싱가포르 법인이 발주한 3억3300만달러(4527여 억원) 규모의 마리나 뷰 오피스 빌딩 신축 공사다. 2009년 1월 착공해 2011년 6월 준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최초로 '아시아스퀘어타워2'를 수의계약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다양한 해외건설 경험과 신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올 한해 해외에서 100억달러 이상의 공사를 수주할 계획이다. 아시아스퀘어타워2 현장의 최원호 상무는 "현대건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공사정보 간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해외지사 직원이 현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플랜트 시공부터 개발투자 경쟁력 확보 및 리스크 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으로 어떤 현장이든 손해 보는 공사는 하지 않을 자신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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