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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우리 모두는 혁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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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우리 모두는 혁신가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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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굵직한 특허소송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기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조차 기업경영에서 지식재산권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만큼은 인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가장 특허소송을 많이 당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새삼스럽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기술경영의 교과서들은 특허가 기업의 경쟁우위를 지키는 중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라고 가르칩니다. 기술을 아무리 열심히 개발하더라도 그 기술을 독차지할 수 있는 방법, 이른바 전유성(appropriability)을 갖고 있지 못하면 그 기술 개발은 경쟁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적어진다고 가르칩니다. 전유성을 만들어내는 대표적 수단이 바로 영업비밀과 지식재산권입니다. 이처럼 지식재산권이라는 제도는 본질적으로 인간이 금전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만약 지식재산권을 통해 금전적인 이익을 향유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지식재산권 제도가 인류의 지식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둥그런 바퀴를 만든 사람이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있어서 돈 없는 사람들은 모두 네모난 바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라고요. 실제로 거대 제약회사들의 난치병 치료약에 대한 지식재산권에 대해 저개발 국가들의 불만은 적지 않지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피레프트 운동, 오픈소스 운동과 이른바 크리에이티브 커먼 라이선스 정책은 이들의 작품입니다.

지식재산권을 주장하지 않는, 그래서 인간공동체의 발전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온전히 기부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논문을 쓰는 학자들이 대표적이라지만 더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무상의' 혁신가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노보드는 아무도 특허권을 주장하지 않는 물건입니다. 눈밭을 좀 더 즐기고 싶은 스포츠광들이 재미삼아 나무판을 조금씩 조금씩 깎았고, 그래서 스노보드가 탄생한 것이지요. 의료용 접착제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록타이트 사에서 나온 순간접착제를 의사들이 상처 봉합에 사용하면서 조금씩 개량했고, 그래서 현재의 상처봉합용 접착제가 탄생했다고 합니다.어떤 의사도 자신의 개량에 대해 돈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일으키는 혁신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지만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고, 혁신적인 소비자들은 그 혁신의 결과를 지식재산권의 협소한 범위 안에 묶어두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는 멋진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을까요. 한 연구는 영국인 가운데 약 300만명이 구매한 제품을 어떤 형태로든 뜯어고쳐 본 적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수업시간에 확인해 보니 수강생들의 3분의 1가량이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을 소위 '튜닝'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그런 혁신(또는 개량)을 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그걸 멋지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소비자입니다. 기업이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어내기를 늘 기대하고 그러한 제품 또는 서비스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동시에 혁신가이기도 합니다. 어떤 제품의 사용기를 쓰고 있을 때, 너무 긴 소파의 다리를 자를 때, 우리는 이미 작은 혁신을 향해 한 발을 딛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인류 공동체를 조금 더 나아가게 하는 '멋진' 한 발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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