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가 어렵다. 올해 경영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위상도 낮다. 그러니 사업하면서 느끼는 만족도가 높을 수 있겠는가. 배우자나 아들딸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소상공인들이 털어놓은 체감경기와 자신의 사업에 대한 생각이다. 소상공인들의 땅에 떨어진 사업 의욕을 실감케 하는 내용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1599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상황 조사' 결과다. 정부가 매년 소상공인 대책을 내놓고 정치권이 지원을 다짐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사업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조사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 10명 중 9명(87.6%)은 체감경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소상공인은 전체의 7.6%에 불과했다. '적자 상태'가 40.5%, '현상 유지' 정도라는 소상공인은 51.9%에 달했다. 사업가의 말에 다소 엄살이 있다 하더라도 소상공인의 전반적인 경영 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자신이 영위하는 사업을 배우자나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71.3%에 이른 것도 몸으로 느끼는 사업의 어려운 현실이 배경일 것이다.
소상공인이 겪는 경영난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과잉경쟁도 그중 하나다. 소상공인의 절반가량은 자신의 사업 분야가 과도한 경쟁 상태라고 답했다. 대기업의 진입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5%)는 대기업이 자신의 사업 분야에 진입했다고 답했다. 이들 때문에 경영이 악화됐다는 응답도 78.7%에 달했다. 자동차전문정비업을 하는 소사업자가 대기업의 정비업 프랜차이즈로 어려움을 겪는 식이다. 이 밖에 과도한 신용카드 수수료율, 정부의 규제(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100년 기업'이니 '가업 승계'니 하는 구호보다 실질적인 지원과 합리적인 대책이 소상공인의 활력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 이들은 자금지원 확대, 카드수수료 인하, 대기업 진출 제한 등을 요구했다. 정부와 대기업이 귀담아듣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내용들이다. 260여만명에 이르는 소상공인이 활기를 되찾아야 시장에 온기가 돌고 중산층이 두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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