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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워킹은 하지만 맘은 싫다는 신세대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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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워킹은 하지만 맘은 싫다는 신세대여성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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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획득하는 전문직, 즉 법조계ㆍ의학계 그리고 교육계 등에서 여성의 진출 및 지위 상승이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는 반면 기업에서의 사정은 대조적이다. 실제로 사법고시 및 공무원 시험 등에서 여성의 비중이 절반에 가깝거나 넘어서는 데 비해 기업에서 여성 관리자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 금재호 박사는 최근 경제학통합학회에서 "기업체 임원들이 여성들의 리더십 및 회사에 대한 충성심 등이 남성보다 낮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석에서 회사 임원들로부터 "여성에게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시키기가 어렵다" "출장 갈 때 여자 부하를 편하게 데려갈 수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또 "여성을 채용해서 핵심 인재로 키우고 싶은데 중간에 그만둬 버린다"는 불평을 하는 임원도 있었다.


남녀 관리자의 임금 차별 또는 승진에서의 불평등 등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은 여성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리더십'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부당하게 저평가 받는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와 같은 '양적 기준'으로 충성심을 평가한다면 여성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여성은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휴일 근무에 대처할 수 있는 재량권이 남성보다 적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아이를 갑자기 맡길 곳이 없기 때문에 야근이나 휴일 근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충성심이 뛰어난 여성이라 할지라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일차적으로 가사 및 육아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출장이나 해외근무 등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승진을 해내면서 '하나의 전설'이 되는 워킹맘을 우리는 '슈퍼우먼'이라 불렀다.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수많은 동료, 선후배 여성들의 등을 바라보며 슈퍼우먼들은 잠 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리더십과 충성심을 발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 슈퍼우먼형 워킹맘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일단 워킹(working)은 하는데 맘(mom)은 되고 싶지 않은 신세대 여성이 늘고 있어서다. 자녀의 결혼이 늦어져 걱정하는 분들에게 어떤 며느릿감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생각 외로 바쁘게 직장생활 하는 며느리를 원치 않는다. 아들에게 따듯한 아침밥을 차려줄 수 있어야 하고 손자를 최소 둘 이상 낳아 정성껏 키울 마음씨 곱고 현명한 여성을 찾는다. 그런데 문제는 전업주부로 살겠다는 딸들이 흔치 않다는 점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주저없이 결혼을 뒤로 미루는 여성이 오히려 더 많다. 슈퍼우먼으로 살면서 일과 가정을 모두 성취하려 애썼던 선배 세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과 자기실현을 최우선으로 둔다.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실질 소득' 차이가 15%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소득 차는 106만원이지만 부족한 가사노동 시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소득 차는 36만원에 그친다고 한다. 육아 및 가사노동의 질이 떨어지는 것 등을 감안하면 맞벌이를 하는 것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 세대보다 경제적 타산에 더 밝은 신세대 여성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워킹맘이 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할 수밖에 없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 등 양적 기준으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평가하는 직장, 여성에게 가사 및 육아의 일차적 책임을 전가하는 가정. 이 두 가지 조건이 자기실현과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신세대 여성과 맞물려 완벽하게 '저출산'을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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