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만찬> 16회 MBC 토-일 밤 9시 50분
“덕분에 뼈저리게 배웠어요. 모든 인간이 공평하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특별히 운 좋은 사람을, 다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준영(성유리)을 향한 적개심을 설희(김보연)에게 드러내는 인주(서현진)의 말처럼 천재적인 미각을 가진 준영과 그런 그녀를 질투하는 인주, 그리고 뒤바뀐 준영과 인주의 삶까지, <신들의 만찬>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도는 갈등을 빚어내기에 충분한 재료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반복된 준영과의 승부에서 지고 남자친구인 재하(주상욱)를 빼앗겼으며 심지어 도희(전인화)의 친딸이 준영임을 직감해 불안에 떨면서도 인주에게 허락된 것은 준영을 향한 질투와 도희에 대한 집착, 그렇게 만들어진 자학뿐이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인주의 이야기가 오히려 드라마를 진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드라마가 홀로 악녀가 되어가는 인주의 분노만으로 갈등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도희는 딸 인주가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알지만 또다시 그녀의 집착을 눈감아 준다. 인주가 아리랑 명장의 자질이 없음을 안 선노인(정혜선)은 슬그머니 그녀의 욕심을 부추기기도 한다. 더구나 준영과의 비교로 조금씩 지쳐가는 인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재하, 준영과의 삼각관계뿐이다. <신들의 만찬>은 악녀에게 기대 중반까지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보인다. 이대로라면 새로 시작할 기내식 공모전은 준영이 천재라는 것만 증명한 이전의 요리 대결과 다르지 않을 것이고, 인주의 잘못된 선택과 도희의 실망이 그리고 인주의 절망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풍성한 후반부를 만들려면 악녀를 둘러싼 갈등 이외의 것들이 필요하다. 단순히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 대신 그 많은 갈등에 시달리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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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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