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SF+ESM 한시적 병행 운용..실질적 방화벽 규모 7400억유로 될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의 방화벽 규모가 한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30~31일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현재 운용되고 있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오는 7월 출범할 유럽안정기구(ESM) 기금을 함께 운용하는 방안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FSF와 ESM을 함께 운용할 경우 실질적인 방화벽 규모는 7400억유로가 될 전망이다.
이는 그동안 방화벽 규모를 5000억유로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독일이 이번 재무장관 회의에서 다소 유연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이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시적으로 유럽 금융 방화벽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용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FT는 메르켈 총리가 그동안 연정 내 동맹 정당의 반대를 고려해 방화벽 규모 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메르켈 총리가 무조건 반대만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U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들은 오는 30일 현재 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모여 방화벽 규모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코펜하겐 회의에 대해 올리 렌 통화정책 담당 EU 집행위원은 "방화벽 합의에 대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며 "포괄적인 위기 대응책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 북부의 조그만 마을 사리스켈라에서 EU 지도자들과 비공식 회동 후 이같이 말했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렌 집행위원이 제안한 중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렌 집행위원이 제안한 중재안은 현재 운용 중인 EFSF를 오는 7월 출범할 ESM 기금과 한시적으로 함께 운용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EFSF는 ESM이 출범하면 폐쇄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1년간 함께 운용키로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다만 독일은 그동안 함께 운용하더라도 두 기금의 방화벽 규모는 5000억유로로 제한하자고 주장해왔다. 이 경우 오는 7월 5000억유로로 출범할 예정이었던 ESM의 대출 여력은 3000억유로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FSF 기금 4400억유로 중 2000억유로를 이미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지원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렌 집행위원은 EFSF를 제외한 방화벽 규모를 5000억유로로 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렌 집행위원은 EFSF와 ESM 기금을 합쳐 영구적으로 9400억유로 규모의 방화벽을 운용하는 방안을 원했으나 독일 정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EFSF가 폐쇄될 예정인 내년 중반까지만 한시적으로 방화벽 규모를 확대하자는 중재안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한시적으로 EFSF와 ESM을 함께 운용한 뒤 이후 5000억유로로 방화벽 규모를 제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원된 EFSF 2000억유로를 제외하면 EFSF와 ESM을 동시에 운용할 경우 실질적인 방화벽 규모는 7400억유로가 될 전망이다.
독일과 함께 방화벽 확대에 공식적 반대 입장을 나타냈던 핀란드의 지르키 카타이넨 재무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기꺼이 훌륭한 합의를 찾으려 할 것이라며 내심 구제금융 규모와 관련해 염두에 두고 있는 숫자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제금융 규모와 관련해 "충분히 확대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확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방화벽 규모를 확대할 경우 책임을 떠맡게 될 EU 회원국들에 부담이 될 것이고 이는 EU 회원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깨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