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KT 광화문 사옥에 세들어 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과도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 기관이 감독 대상 사업자 건물에 입주해 있는 것도 모자라 시세보다 저렴한 임차료를 지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1일 본지가 방통위로부터 입수한 'KT 건물 임차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방통위는 연 임차료로 12억390만원을 KT에 지불했다. 방통위가 임대해 사용하는 면적은 KT 광화문 사옥의 지상11층과 지하 3층의 4880m²(1476평). 3.3m²(1평) 당 81만6000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는 평균 시세인 16억8260만원(1평 당 114만원) 대비 70%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건물임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임차료"라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출범한 2008년에는 특혜가 더욱 노골적이었다. 당시 임차료는 7060만원으로 평당 4만7800원을 지불한 셈이다. 이후 2009년과 2010년에는 8억8680만원, 2011년에는 11억5590만원의 임차료를 냈지만 여전히 시세를 크게 밑돌았다.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턱도 없는 월세를 내고 있었음에도 지난 5년간 보증금은 39억4700만원에서 단 한차례도 오르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KT에 전세로 세 들었다면 현재 임차료 시세로 내야할 연간 보증금은 168억26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KT는 "방통위가 2008년 국정감사 때 이 부분을 지적받고 인상했으나 이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임대료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방통위는 예산 부족을 탓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부 시절 임차료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에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임차료와 보증금을 현실화하는 데 한계가 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독 대상 사업자 건물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이런 혜택을 누리는 것 자체가 KT와 부적절한 관계로 비칠 수 있다"며 "괜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방통위를 과천청사로 옮기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2013년 완공될 KT 신사옥에 방통위가 임대를 또 다시 요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대선을 치른 뒤 정부조직이 개편되면 방통위는 광화문에 여전히 남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KT 신사옥은 현 사옥과 맞닿아 있어서 이주도 어렵지 않다. 방통위는 현 KT사옥에서 두개층을 빌려쓰고 나머지 12,13,14층은 소유하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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