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도 휘발유 2000원.."알뜰 아니잖아"
일반주유소보다 가격 더 빨리 올라
전국 휘발유 2026원 서울 2098원..70일 연속↑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확대하고 있는 알뜰주유소에서 휘발유값이 ℓ당 2000원을 훌쩍 넘었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첫 알뜰주유소인 형제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2037원이다. 지난달 10일 문을 연 이 주유소의 당시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49원이었다. 한 달 새 88원이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048.14원에서 2098.40원으로 50.26원 올랐다. 기존 주유소보다 알뜰주유소의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랐다는 뜻이다.
특히 금천구 내 18개 주유소 가운데 형제주유소보다 휘발유값이 싼 주유소는 10곳에 이른다.
서울의 또 다른 알뜰주유소인 서초구 양재동 농협하나로주유소는 이날 휘발유값이 ℓ당 2048원을 기록했다. 서초구에서 가장 저렴한 말죽거리주유소(1999원) 보다 49원이나 비싸다.
이 같은 상황은 단지 서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들어선 5개 알뜰주유소 가운데 백암농협, 남사농협, 이동농협주유소 휘발유값도 이미 2000원을 뛰어넘었다. 나머지 알뜰주유소인 양지주유소와 경동주유소도 이날 휘발유값이 각각 1989원, 1998원으로 2000원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최근 알뜰주유소 판매 가격이 일반 주유소 가격을 앞지르고 있는 이유는 기름값이 오르는 시기에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이 더 빨리 오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에 비해 판매량이 많아 제품 회전율이 높다”며 “기존에 구매한 물량이 빨리 소진되므로 공급가 인상 시기에는 일반주유소에 비해 정유사의 공급가 인상이 보다 빠르게 판매가격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에서는 알뜰주유소 시행 초기부터 예상됐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정유사보다 값싼 제품을 들여와 공급하지 않는 이상, 세계적 고유가 상황에서 일부 알뜰주유소만 가격을 낮추기란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것.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를때 이를 억제해야 함에도 오히려 가격 상승이 빠르다는 것은 알뜰주유소의 구조적인 한계”라며 “가격 상승으로 시행초기 나타났던 주유소 간 가격경쟁 효과도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 휘발유값은 ℓ당 2026.75원으로 70일 연속 상승 중이다. 서울 휘발유값은 전날보다 0.49원 오른 2098.40원으로 이르면 이번주 내 2100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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