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불법 사설 인터넷 도박 사이트와 연계돼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에 나선 혐의로 운동선수와 브로커 수십명이 대거 사법처리됐다.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부(조호경 부장검사)는 14일 배구·야구 등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12월 불법 사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수사하던 중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정보를 입수해 수사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은석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승부조작 사실을 밝혀내 모두 31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인지해 그 중 11명을 구속기소, 16명을 불구속기소, 4명을 군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군검찰에 넘겨진 4명 역시 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전주와 브로커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선수들을 포섭해 승부조작에 성공하고 도박사이트를 통해 조작된 경기에 집중 베팅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 역시 브로커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나눠 받았다. 프로야구 투수 2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야구 5경기를 비롯, 남녀 배구선수 16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배구 18경기 등 18명의 프로선수가 23경기를 조작해, 그 대가로 회당 150~5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브로커들은 승부조작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특정 프로구단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남자 배구의 한국전력, 상무 소속 선수가 다수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구의 경우 승부조작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포지션별로 두루 포섭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시합에 임하고도 범실을 범한 것으로 가장해 관객과 심판의 눈을 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배 선수가 후배에게 접촉해 승부조작에 끌어들인 사실도 조사됐다. 선수 출신 브로커들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은 물론 본인들이 직접 도박사이트 베팅에 나서 이중으로 이득을 챙겨갔다.
검찰은 브로커와 전주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베팅하는 경우 외에 제3자를 통한 베팅도 이뤄져 배당금에 대한 산정·추적 작업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스포츠 정신을 망각하고 경기 조작에 관여한 선수, 브로커, 전주 및 도박 사이트 운영자를 대거 적발해 그간 의혹이 제기된 프로 스포츠의 경기 조작의 구조적 비리를 밝혀낼 뿐만 아니라 경기 조작의 만성화와 재발을 방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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