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제주 마라도 서남쪽 149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어도. 이름은 섬이지만 정상부가 해수면 4.6m 밑에 숨어있는 4개 봉우리의 수중 암초다. 평상시엔 보이지 않다가 파고가 10m 이상 돼야 모습을 드러낸다.
이 섬을 두고 한중이 외교적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정부는 이어도 관할권을 두고 지난 16년간의 협상을 벌여왔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에 중국은 한국과의 담판을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외교전문가들은 이어도를 놓고 벌여온 지난 협상사례를 봤을때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한·중 양국은 배타적경제수역(EEZ·연안으로부터 200해리)경계 획정을 위해 지금까지 정식 회담과 국장급 협의를 16차례 가졌고 과장급 회의는 연중 수시로 열어 왔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어도가 중국보다는 우리 영토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점유를 통해 관할권을 행사한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중국은 EEZ 기선(기준점)을 유인도로 삼는 국제법적 관례를 무시하고 무인도인 퉁다오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어도의 관할권을 주장해왔다.
해수면 아래 약 4.6m에 잠겨 있는 수중 암초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니고, 어느 나라의 영해(연안에서 12해리·22.2㎞)에도 속하지 않는다. 다만 양국의 EEZ의 중첩되는 곳에 있어 양국은 1996년부터 EEZ 경계 획정 협상을 통해 이어도 관할권 문제의 해결을 모색해왔다.
정부는 EEZ 경계 획정 협상과는 별개로 관할권이 우리에게 있다고 보고 2003년 이어도에 과학기지를 설립하고 해양 조사 및 연구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2007년 12월 국가해양국 산하 기구 사이트를 통해 이어도를 자국 관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2007년 12월 국가해양국 산하기구 사이트를 통해 이어도를 자국영토라고 주장했으며 지난해에는 자국 EEZ를 침범했다며 이어도 인근에서 인양작업을 하던 한국 선박에 작업중단을 요구한 적도 있다.
이런 한중 신경전 속에 이번 담판협상이 결렬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군사적 행동이다.
외교 관계자는 "중국은 일본과 영유권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에도 양국 어선의 충돌사건 이후 어업감시선을 출동시켰다"며 "중국이 이어도 지역을 분쟁화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해진 이상 군사적인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작년 7월 관공선 3척을 이어도 해역에 보내 침몰 어선 인양작업을 하던 우리 선박에 "중국 관할수역"이라 경고했다. 이어 작년 12월 13일 3000t급 해형 순찰함 하이젠(海監) 50호를 동중국해 순찰에 투입해 이어도와 가거도 부근 해역에서 순찰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향후 행동에는 군사적개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군 최근 첫 항공모함 바랴그(Varyag)호를 올해 내로 정식 취역시킨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취역 시기는 올해 8월 1일 중국군 창군 기념일이 유력하다.
바랴그호는 중국 남부 하이난다오(海南島)를 모항으로 하면서, 일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있는 이어도도 포함돼 있다.
군 관계자는 "중국이 항공모함을 이어도 근처에 전진배치할 경우 한국은 물론 일본의 전력이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라면서 "미국도 견제할 방법이 특별히 없어 신경전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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