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최근 온라인판으로 발표한 ‘2012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홍콩 억만장자 리자오지(李兆基·84·사진)는 순자산 180억 달러(약 20조1420억원)로 29위를 차지했다. 리는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부동산 개발업체 헨더슨 랜드(恒基兆業地産)의 회장이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리의 재산 가운데 50% 이상이 부동산 아닌 다른 투자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그는 에너지 부문 투자와 놀라운 안목의 주식 투자로 큰 돈을 거머쥔 인물이다. 그가 ‘아시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는 올해 어느 부문에 눈독 들이고 있는 걸까. 그는 최근 홍콩 본사에서 포브스와 회견을 갖고 “우리 모두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리는 투자자들에게 현금 대신 실질자산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국가부채가 엄청나게 늘고 세계 곳곳에서 중앙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는 경기 불확실성이 더 커진 올해 금 투자의 전망을 밝게 봤다. “금은 일종의 실질자산으로 자본을 보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지난 1년 사이 금 값이 두 배로 뛴데다 거품 논란도 일고 있지만 “금 투자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게 리의 판단이다. 금만큼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만한 게 없다는 설명이다.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 ‘SPDR 골드 트러스트’를 통해 금에 투자하고 있는 리는 올해도 금괴를 사들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실질자산인 원자재 값이 지난해 말 많이 떨어졌다. 리는 이와 관련해 “원자재를 사들이기에 좋은 기회”라며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에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평했다. 게다가 미국은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경기를 계속 부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니 원자재 수요가 많아지리라는 게 리의 생각이다.
리는 부동산 투자도 권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주식은 최근 반등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리가 홍콩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오르리라 판단하는 것은 홍콩 경제가 비교적 건강한 중국 부동산 경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리는 중국의 경제에 대해 낙관했다. 그는 “지난해 빡빡하게 운영됐던 중국의 통화정책이 올해 다소 느슨하게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터널의 끌이 보인다는 것이다.
리는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다시 질서를 찾을 경우 사정은 좋아질 듯하다”며 “오늘날 많은 것이 정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광둥성(廣東省) 태생인 리가 이끄는 헨더슨 랜드는 부동산 복합기업으로 호텔, 레스토랑, 인터넷 서비스에도 투자하고 있다. 리카싱(李嘉誠)에 이어 홍콩 제2의 부호인 그는 2006년 이래 본토 기업 주식으로 떼돈을 벌고 있다. 투자수익률이 엄청난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아시아의 주식 신(神)’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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