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광호 기자] 정부가 설탕 직수입에 나섰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가격이 1년 전보다 20% 넘게 하락했지만, 시중의 설탕가격이 떨어지지 않자 정부가 값싼 해외 설탕을 직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설탕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개사는 "제당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7일 "국내 설탕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해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설탕 수입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 태국 등 동남아국가로부터 들여온 설탕 샘플 20t을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 원당가격은 지난해 1분기 t당 675달러에서 올해 1월 530달러로 22% 가량 하락했지만, 국내 설탕가격은 작년 3월 kg당 1127원으로 9.8% 인상된 이후 아직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지적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달 중에 1차로 1만t을 들여온 후 시장상황을 감안해 다음달부터 단계적으로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설탕시장이 3개 제당회사가 소비량의 97%를 공급하는 과점 구조여서 직수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입물량을 실수요업체에 원가로 공급해 가공식품의 가격 안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가공식품 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음료가 10-15%, 과자 8-10%, 빵은 3-5% 수준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에 대한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일단 정부가 직수입한다는 물량에 대해 국내 제과ㆍ제빵업체들이 얼마나 사용할 지가 관건이다. 가공식품을 만들때 들어가는 설탕은 품질에 따라 수십가지 종류가 있다. 가격 하나만을 놓고 따지면 정부 직수입 물량을 쓸 수 있지만, 수입 물량의 품질이 적합치 못할 경우 위험을 감수하고 이를 쓸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제당업계는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것"이라며 "정부의 값싼 설탕을 납품받은 가공 식품업체들이 그만큼 가격을 내려 정부가 물가안정 효과를 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공식품업계 관계자 역시 "원료 조성이 변할 경우 식품 균일성이 깨질 수 있어 원료를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정부가 이같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제당업계도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국내 제당 3사는 "가뜩이나 설탕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수입 설탕이 국내에 풀리면 실적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설탕 사업이 300억원 적자를 봤고, 하반기에 원당 가격이 다소 내렸지만 적자 폭은 더 늘었다. 대한제당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9% 감소했다. 이는 제조 원가 상승 요인이 있음에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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