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급등하는 유가가 코스피 2000선을 위협하는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당장 주가가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유가 강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실물경기지표에도 부담을 가중시키며 경기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떨어지고 유가상승세까지 겹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23일 전일보다 1% 이상 떨어진 2007.80으로 밀려났다. 유가급등에 취약한 항공·해운·운송 관련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국제원자재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4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123.62달러로 올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개월만에 최고가인 107.83달러, 두바이유가 120.22달러로 강세를 보였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0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도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울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23일 오후 4시 기준 1993.82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급등의 1차적 원인은 이란 사태에 따른 원유 수급불안이다. 우선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의 핵프로그램 협상 결렬로 원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유럽 6개국에 대한 석유수출 중단 조치를 선언한 이란은 영국·프랑스에 대한 자국산 원유의 재판매까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투자심리 회복으로 유동성이 원자재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을 근본적 이유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도 원유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부채질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거꾸로 세계 경제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다음주 실시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저금리 장기대출(LTRO) 등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면서 “브렌트와 두바이유가 전고점을 상향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가 추가로 오르거나 현재 수준이 1~2개월 정도 지속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압력이 커지고 제조업 경기는 물론 회복세가 미약한 소비경기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의 경우 유가 추가상승이 무역수지 적자 흐름을 지속시킬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투자전략연구위원은 “원유의 경우 펀더멘털 측면에서 수급은 타이트하지 않으나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에 연동된 투기적 투자에 의한 효과가 커서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유가상승세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유로존의 재정적자 문제 심화로 확대되는 나비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위원은 “아직 유가가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줄 수준은 아니고 상승세가 지속될지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나,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충격을 촉발할 수 있기에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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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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