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계열분리 가속화…구조조정 채찍 들듯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사재출연을 통해 그룹 경영권 회복에 나서며 계열사 경영정상화와 계열분리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전까지 '직책뿐인 오너'였던 박 회장이 실질적 오너로 복귀하며 그룹 전반에 걸친 본격적인 체질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본잠식에 빠진 금호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2200억원 규모의 사재를 투입해 유상증자에 나선다. 유상증자 작업이 마무리되면 박 회장은 금호산업의 지분 14%가량을 확보하며 약 2년만에 단일 최대주주로 복귀하게 된다.
금호산업은 그룹 지분구조상 실질적인 지배회사이자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2.6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 확보를 통해 실질적 오너로 복귀, 그룹 체질개선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그룹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전망된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해 연말 계열사 임원들과 일대일 릴레이 만남을 갖고 사업계획 등을 점검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 경영정상화가 당초 전망보다 더디다는 평가가 많아 박 회장으로는 경영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까지 계열사 워크아웃 졸업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박 회장은 올 초 참석한 계열사별 등산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힘내라, 워크아웃 졸업하자”고 반복해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워크아웃 약정기간인 2014년까지 회사경영을 정상화해야만 회사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며 “본격적인 오너십 경영을 통해 계열사 경영 정상화에 가속도를 내지 않겠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복귀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상증자, 출자전환, 신규 지원 등을 통해 총 6900억원을 투입해도 이미 자본잠식이 진행된 금호산업에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건설경기 불황으로 실적개선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 지분은 2014년까지 매각이 제한되며 참여 지분은 채권단의 신규자금에 대한 담보로 전량 제공된다. 또한 채권단 결의에 의해 감자 진행 시 균등 감자될 수 있다. 박 회장은 제3자 배정에서 기준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자본잠식 등 어려움에 빠진 금호산업을 구하기 위해 기존 주주로서 모든 것을 다 던진 것”이라며 “금호산업을 기필코 정상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해석해달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금호그룹의 계열 분리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박삼구 회장 측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3.6%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금호그룹은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으로 구성된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나눠지게 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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