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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임용'두고 또 불거진 로스쿨 특혜 논란...법적대응 준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0초

법무부 "로스쿨생 임용 확정된 바 없다. 새 평가방식 또한 충분히 객관적"

법무부가 발표한 신규 검사 임용 결과를 두고 사법연수생들의 볼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논란부터 법적 대응 준비까지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16일 사법연수원 내부 게시판에 따르면, 사법연수원 41·42기생을 중심으로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 제기가 준비 중이다. 이들 연수생들은 앞서 13일 법무부가 발표한 신규검사 임용 결과 최종 합격한 64명을 제외한 나머지 지원자들과 지지자들이다.

법무부는 그간 매년 110~120여명의 신규 검사를 선발해 왔다. 그 중 연수원을 수료한 뒤 군법무관으로 근무한 전역자가 포함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80~90여명의 연수원생들이 매년 검사로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디뎌 온 셈이다.


법무부는 올해 연수원 출신 64명과 법무관 전역자 25명을 신규 검사로 임용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 예정자에 대해선 2월 중 임용후보자를 개별 통보한 뒤 4월 발표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이후 최종 임용한다고 밝혔다.

사상 첫 배출되는 로스쿨 1기생은 검사 임용에 150여명 남짓 몰려 법무부는 그 중 40명을 선발키로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을 감안하면 로스쿨 출신의 검사임용은 불가피하다. 예년대비 연수원 출신 검사 임용자가 20~30여명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반발에 나선다면 해묵은 ‘밥그릇싸움’ 논란을 부를 법한 상황이다.


복수의 사법연수원생들은 그러나 법무부의 로스쿨생 검사 임용방안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연수생들은 내부 게시판을 통해 “공무원 뽑으면서 연수생과 로스쿨생 사이에 시험 한번 같이 보지 못하고 면접만..그것도 쿼터제가 왠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검사 임용은 서류전형을 거쳐 직무역량 평가, 발표·표현역량 평가, 토론·설득역량 평가 등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뤄지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면접과 토론뿐이라는 주장이다.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을 통해 일률적으로 평가받아온 사법연수원생과 달리 로스쿨 출신 지원자들의 임용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원 자격에 대한 현행법 위반 논란도 뒤따른다. 검찰의 조직·구성을 규정한 검찰청법 29조에 따르면, 검사는 ‘1.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친 사람 2.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법무부는 올해 신규 검사 임용 공고를 내며 2항의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에 ‘※ 단,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예정자는 2012. 1. 시행 예정인 변호사시험 합격 조건’을 추가해 해제조건부로 로스쿨생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로스쿨이 도입된 지 3년 넘도록 관련법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단서를 달아가며 임용기회를 제공했다는 논란을 부르는 대목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시 붙으면 연수원 갈테니까 검사 자리 비워놔요’라고 신림동 고시생이 주장하는 격”이라며 다소 원색적인 반감도 털어놨다.


로스쿨생의 법조계 진출을 앞두고 논란은 계속 들끓어 왔다. 지난해 원장 추천을 통한 신규 검사 우선 선발 안이 연수생들의 반발이 불거지자 백지화되거나, 예년 수준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 경력검사 임용 결과 발표에 연수원생들이 ‘로스쿨생 자리만들어주기’라며 반발한 바 있다.


올해도 논란 속에 첫 시행된 변호사시험 경쟁률이 1.13대1에 불과해 예상합격률이 95%를 웃돌자 “응시만 하면 변호사 자격증을 주는거냐”며 재차 해묵은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부 연수원생들은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고위층 자제들의 로스쿨 진학 실태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아들·딸을 각 서울대·고려대 로스쿨에 보낸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모 국회의원부터 자녀를 수도권 소재 로스쿨에 입학시킨 전·현직 장관급 인사들과 로스쿨 교수에 이르기까지 각종 고위층의 실명이 내부 게시판에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자녀들의 경우 이미 대형 법무법인(로펌)의 채용약속(컨펌)을 받은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아들·딸을 서울대·고려대 로스쿨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한 헌법재판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연수생이 게시판을 통해 “이 재판관 아들이 김&장에 컨펌으로 갔다”고 알리자, 다른 연수생은 “로스쿨 자제를 둔 재판관이 로스쿨 관련 헌법소원을 판단하게 된다니”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장은 수임규모 및 고용인력 대비 국내 1위의 대형펌이며, 헌법재판소엔 ‘재판연구원(로클럭)제도 도입에 따른 사법연수원생 법관 즉시 임용불가’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등이 청구된 상태다.


법무부 관계자는 “로스쿨생에 대한 검사 임용은 변호사시험 결과 발표 전까지 확정된 바 없다. 임용후보자 통보는 결과 발표까지 2개월여 남은 데 따라 다른 직업을 확보할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 차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기존 연수원생들에 대한 성적순 줄세우기식 평가에 비춰볼 때 객관적이지 않다고 우려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임용절차 또한 기록검토를 비롯해 검사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다면평가하고 로스쿨 성적 등 필요한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한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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