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공간부족 이전 검토나서
계약기간은 남아 비용은 부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경영분리를 요구해 온 금호석유화학이 사무실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08년 서울 광화문에 금호아시아나 본관 건설 이후 지금까지 그룹과 줄 곧 같은 곳에서 지내왔다. 사무실 이전을 통해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경영분리 갈등도 정점을 맞이할 것을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14일 “최근 사무실 공간이 극심하게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사무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서울시내 청계천과 강남, 여의도의 신축 건물을 후보로 정하고 이들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룹과 편한 관계는 아닌 상황에서 그룹이 관리하는 구내식당 등을 이용할 때도 눈치가 보인다”며 “임직원들 사이에서 사무실을 옮기자는 요구가 몇 개월 전부터 나왔다”고 덧붙였다.
연구와 제조부서를 제외하고 영업과 재무 등 일부 부서만 서울에 근무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본관 21층부터 24층을 사용해왔다.
최근 직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본관 근무자들이 업무 공간 부족을 호소해 왔다. 실제 작년과 올해 잇따라 대규모 공채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공채로만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에 각각 70명을 뽑았다. 올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공채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업무공간이 절실하다.
아울러 박찬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0년부터 틈틈이 경력직 사원도 대거 채용하면서 현재 직원들은 비좁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봐야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직원이 모여 행사를 열 수 있는 강당이나 팀별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회의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외부에서 바이어가 찾아와도 미팅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들도 본사 내 사무실을 마련하지 못해 서울시 곳곳으로 흩어진 상태다. 석유화학 자회사인 금호항만운영과 금호개발상사는 본관 인근에 위치한 S타워에 입주했고 금호석유화학의 정보기술(IT)전략실은 영풍빌딩에서 사무실을 임대, 업무를 보고 있다.
사무실 이전 결정의 걸림돌은 입주 계약기간이다. 금호그룹 계열사들은 본관에 프로젝트파이낸싱 형태로 입주해 있는데 금호석유화학은 2015년까지 입주계약을 맺었다.
아직까지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사무실을 비울 경우 상당한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은 1년에 약 75억원을 임차료로 부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사무실을 옮길 것인가를 두고 사내에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호그룹과 경영분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무실을 옮기는 것이 외부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것인가에 대해 고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이 사무실을 옮기고 남은 본관 사무실에 계열사를 모두 입주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사무실 이전으로 인해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