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뭐길래?'···연예인도 줄서는 '명품할인'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잠시만 대기해 주세요. 행사장이 너무 붐벼서 잠시 기다리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11일 서울 중구 신세계 백화점 6층 이벤트홀에는 이례적으로 루이뷔통, 프라다 매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긴 대기줄이 만들어졌다.
40여개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을 최대 7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해외명품대전'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수십명의 보안요원이 무전기를 들고 행사장을 지키는 등 일반적인 백화점 세일 행사와는 그 규모가 달랐다.
신세계 백화점은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디젤, 코치 등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와 함께 최근 큰 인기를 얻는 알렉산더왕, 요지야마모토, 마틴마르지엘라, 닐바렛, 이자벨마랑, 모스키노, 비비안웨스트우드, 알렉산더맥퀸, 마르니 등 총 200억원 가량의 물량을 풀었다.
행사 첫 날에는 연예인들도 줄서서 백화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는 해외명품대전. 행사장 내는 물건을 고르는 사람과 계산대로 향하는 사람이 뒤섞여 걸음을 옮기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바구니도 등장했다. 한 40대 부부는 바구니 가득 세일가격으로 15만원대인 아르마니 셔츠를 쓸어 담았다.
바구니가 넘칠 정도로 옷을 구매한 한 20대 커플은 "그냥 백화점 구경을 왔다가 행사장에 들어왔다"면서 "인기 제품인데 가격이 너무 좋아서 야상점퍼, 티셔츠, 청바지까지 봄 옷을 한 번에 여기서 다 샀다"며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숭이 얼굴 모양의 프린트로 인기인 패션 브랜드 베이프의 한 판매원은 "오늘 오전에만 50장이 나갔다"면서 "행사 첫 날인 어제는 150장 정도 팔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할인가격이 30~40만원대인 디젤 청바지의 경우 행사 첫 날 이미 100장 가량이 빠져버렸다. 둘째 날 점원들은 마음에 드는 청바지의 사이즈를 찾는 손님들을 다른 제품으로 유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루 만에 쇼핑을 끝내기가 아쉬워 연이어 이틀 동안 행사장을 찾는 손님들도 있었다.
신세계 해외명품 편집숍 가드로브의 한 직원은 한 50대 손님을 가리키며 "저 분은 어제 오셔서 엄청 사 가시고 오늘 또 오셨다"면서 "평소 즐겨 찾는 브랜드 제품이 있는 분들은 할인행사 기간을 놓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유환염 신세계 백화점 패션담당 바이어는 "지난해 동시간대와 비교할 때 2억 정도 더 많이 팔렸다"면서 "작년 명품대전 행사로 약 25억 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28억원~3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환염 바이어는 "경기가 안 좋다고는 하지만 명품수요는 여전하다"면서 "특히 이런 할인행사는 손님들이 절대 놓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명품대전이 이렇게 성황을 이루는 것은 아니었다. 명품대전 입소문만 듣고 매장을 방문했다가 '빛좋은 개살구'에 실망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같은 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도 '해외명품대전'이 열렸다.
이 백화점에도 역시 집으로 발송된 전단지에 붙은 쿠폰으로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첫 날 1800잔이 소진될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현대백화점측은 총 100억원 규모의 해외 명품을 공개했다고 밝혔지만 멀버리 등 인기 브랜드의 제품을 구경하던 소비자들은 "정말 인기없는 제품만 내놓은 것 같다"면서 "정말 볼 게 없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마놀로 블라닉 매대의 한 점원은 "어제 행사 첫 날 구두 3켤레를 팔았다"고 말해 인기 브랜드를 다수 선보였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은 없었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한 20대 후반의 여성은 "물량이 엄청나왔다고 뉴스에서 떠들어서 나와봤더니 정말 볼 게 없다"면서 "차라리 프리미엄 아울렛에 갈 걸 그랬다. 휴일에 괜히 시간만 낭비한 것 같다"며 짜증섞인 표정을 지었다.
이외에도 명품할인행사장을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이 많았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대전 기간 동안 물건을 구매하면 교환·환불은 행사기간동안만 가능하다"이라면서 "행사기간 이후에는 매장에서 수선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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