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계 불필요한 하드웨어 경쟁 뜨거워...제조사 '마케팅용'이라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스마트폰에 머리가 많이 달릴 수록 성능이 좋아질까?'
10일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속도, 크기, 두께, 무게 등에서 제조사들의 하드웨어 경쟁이 치열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효과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결국 제조사들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하드웨어 경쟁을 펼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은 연내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코어가 4개인 제품을 뜻한다. 지난 2010년에는 코어가 1개인 싱글코어, 2011년에는 2개인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전문가들은 쿼드코어부터는 속도가 크게 빨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인텔 관계자는 "한 개의 작업을 수행할 때는 싱글코어, 듀얼코어, 쿼드코어 스마트폰 구분 없이 속도가 같다"며 "여러 개의 작업을 수행할 때 코어 갯수가 중요한데 스마트폰으로 4개 이상의 작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듀얼코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배터리 소모량만 늘어날 수 있다.
PC를 사용할 때는 보통 여러 개의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현재 PC도 쿼드코어 제품만 출시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쿼드코어 스마트폰 이후로는 머릿수 경쟁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화면 크기 경쟁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있다. 임하늬 로아컨설팅 선임연구원은 "3.5인치인 '아이폰4S'는 웹 브라우징 등을 이용할 때 답답하고 5.3인치 '갤럭시 노트'는 여성들에겐 특히 크기가 커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많다"며 "5인치대 스마트폰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아이폰보다는 크지만 한 손에 잡혀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4인치대 스마트폰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팬택 관계자는 "롱텀에볼루션(LTE) 망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3세대(3G) 통신칩, 4G 통신칩을 동시에 넣어야 해 제조사들이 불가피하게 화면 크기를 키운 측면이 있다"며 "LTE 통신칩만 탑재하게 되면 화면 크기는 4인치 안팎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는 화질 경쟁이 HD급 이상까지 진행될 텐데 작은 화면에서는 화질이 높아도 체감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화면 크기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두께, 무게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7.1mm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제조사들이 이처럼 하드웨어 성능 경쟁을 펼치는 데는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대다수 제조사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빌려 쓰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믿을 것은 하드웨어 밖에 없는 셈이다.
임하늬 선임연구원은 "단말 자체의 성능보다 그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들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제조사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 하드웨어 경쟁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특히 칩셋, 화면 해상도를 따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과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장 얇고 밝고 빠른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것은 제조사의 기술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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