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보통 기업의 수장이라면 근엄하고 무게잡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은행장이라면 더욱 보수적이고 완고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을 확실히 깨뜨리는 은행장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 행장은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애정남'으로 변신하며 직원들과의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이 행장은 최근 신입 행원들과의 대화 시간에서 한 남자 행원의 질문을 받았다.
그 행원은 "사실 여자친구가 있는데 은행에 입사해보니 괜찮은 여자 동료들이 많아 마음이 흔들린다"면서 "은행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행장은 즉석에서 '애정남'을 흉내내며 "그 질문에는 제가 명쾌하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면서 "본인이 은행에 입사하는 것에 여자친구가 뒷바라지를 해줬다면 절대 헤어지면 안됩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즉석 답변은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CEO와의 만남으로 경직될 수 있는 신입행원들의 분위기를 가볍게 해줬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3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이 행장은 그동안 '즐거운 일터',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직원들의 사기와 자긍심이 많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는 원활한 소통의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소 경직돼 있는 우리은행의 기업문화에 소통의 힘을 불어넣기 위해 내부 직원들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했다.
이를 위해 이 행장은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했다. CEO 로서의 권위적인 지위를 탈피하고 직원에 한 걸음 다가선 경영의 조치로 경영현황과 경영방침을 은행장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도록 했다.
‘은행장과 함께’ 시간이 그것이었다. 생방송 중계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은행장과 함께’는 종전 하달식의 문화가 아니라 은행장이 한발 앞서 강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특히 이 행장은 지방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은행장과 함께’를 부산, 광주, 대전등의 지방에서도 진행을 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방에서 진행한 ‘은행장과 함께’는 직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를 통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창구 역할도 톡톡히 했다.
또, 이 행장은 각종 건의사항 및 고충사항을 CEO 가 직접 열람하기도 한다. 기존에는 각종 건의사항이나 고충사항이 있어도 CEO 가 직접 열람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에 반해 이순우 행장은 고충사항을 직접 열람하면서 직원들의 불만 사항을 확인하는 덕장의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고충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우리 人 광장’코너를 인트라넷에 신설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구축해 활용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은 직원들이 영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은행의 성과나 인사, 조직과 인프라 모두를 철저히 현장중심으로 정비하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은행은 직원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직원은 고객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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